
졸리비(Jollibee)에서 모닝세트로 든든히 아침을 챙겨 먹었다.
여유롭게 선배와 대화도 나누면서 필리핀, 마닐라에 온 것에 천천히 적응해 나갔다.


마닐라에서 첫 번째 일정을 앙헬레스, 클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정했다.
사실 마닐라 여행을 계획할 때, 마땅히 할만한 것이 없어서 뭘 해야 하나 고민이 됐었다.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거나 마닐라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거나, 아님 마닐라 유명 맛집에 가기 위해 정보를 찾아 봤지만
딱히 마닐라가 그런 것이 가능한 도시가 아니었다.
마닐라 만을 자유여행으로 방문한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이런 도시를 여행하는 게 처음이었다.
여행지로 마닐라를 찾게 되었을 때, 골프가 아니라면 딱히 할만한 것이 없는 도시가 이곳 마닐라였다.
단순히 항공권이 싸다고, 좋다고 결제를 했는데 항공권이 싼 이유가 연휴에도 잘 찾지 않는 도시이기 때문인 것을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마닐라 주변으로 눈을 돌려, 마닐라 근교 여행을 찾아 보는 중에 앙헬레스라는 도시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같이 여행을 하는 선배의 추천이 있기도 했다.
앙헬레스 Angeles
필리핀 마닐라 근교에 있는 독립시이며, 팜팡가주의 최대 도시이다.
예전 미국의 클라크(클락, Clark) 공군기지가 있던 곳이었다.
필리핀은 16세기에 스페인 식민지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필리핀이라는 나라 이름도 당시 필리핀에 도착한 탐사대가 ‘필리피나스(Filipinas)’라는 이름으로 이곳을 부르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앙헬레스도 스페인 식민시대 당시 스페인어로 부르던 이름 그대로를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다.
미국에서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를 멕시코식 표기 그대로 남겨 둔 것과 같다.
로스앤젤레스는 멕시코식 표기를 영어식으로 읽지만,
같은 표기라도 여기 앙헬레스는 스페인어 그대로 읽으면서
같은 Angeles로 표기하지만 미국은 (로스)앤젤레스, 필리핀은 앙헬레스로 불리게 되었다.
앙할레스를 클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앙할레스라고 하는 스페인식 이름과 예전 클락 미군기지 이름이 혼용되어 사용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전 미군 공군기지를 개선해 그대로 사용 중인 앙헬레스 공항의 이름이 ‘클락 국제공항’이다.

세부퍼시픽을 타고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면 3번 터미널 (Terminal 3)로 도착하는데,
이곳에서 앙헬레스로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1층 밖으로 나오면 BAY와 숫자가 적혀 있는 기둥을 확인할 수 있는데,
‘BAY 14’ 기둥 바로 앞에서 이렇게 버스 티켓 부스를 찾을 수 있다.
마닐라에서 앙헬레스로 가는 버스는 매 정시에 출발한다.
첫 버스는 새벽 2시, 마지막 두 대의 버스는 저녁 8시와 저녁 9시 30분에 출발한다.
버스 티켓은 여기 부스에서 따로 사지 않고, 버스에 올라 기사님게 현금을 드리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사진에 보이는 버스가 마닐라에서 앙헬레스로 가는 버스인데, 이름이 제네시스다.
우리네 현대 자동차에서 만드는 제네시스 자동차와 이름이 똑같다.
그렇게 우리는 이름이 익숙한 제네시스를 타고 마닐라에서 앙헬레스로 이동했다.

버스는 45인승 버스인데 실내가 깨끗하고 관리가 잘되어 있는 버스였다.
무엇보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 두어서 버스에 오르자마자 엄청 시원함을 느꼈다.
마닐라에서 앙헬레스까지는 버스로 2시간 거리인데, 이정도 컨디션이면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겠다 싶었다.

버스 앞 좌석에는 USB를 꽂을 수 있는 포트도 있었는데,
버스를 이용하는 동안 핸드폰 충전을 하려고 선을 꽂았는데도 충전이 되지는 않았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기사님이 버스 내부를 돌며 버스비를 청구해 가셨다.
한 사람당 380페소(약 9,200원)인데, 버스비를 계산했더니 길다란 종이 표를 내어 주셨다.
가만히 보니 인쇄되어 있는 숫자에 구멍을 내어 내가 타는 버스와 목적지, 그리고 출발시간과 요금을 표시해 주셨다.
표를 읽어 보면,
날짜는 6월 3일
버스번호는 718번
목적지는 (앙헬레스) SM몰
가격은 380페소
모든 의미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티켓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핸드폰 바코드 티켓보다 훨씬 더 감성적이고 직관적이었다.


버스가 막 출발하자마자 나는 버스의 흔들림을 자장가 삼아 잠을 청했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잠이 부족했던 것 같다.
2시간의 시간이 지났을 즈음,
눈을 떠 창 밖을 보니 버스는 어디 마을 도심을 달리는 중이었다.
마침 창 밖으로 보이는 글자를 찾아 읽어보니, 이곳이 마발라캇 시티(MABALACAT CITY)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글 지도로 내 위치를 찾아 보니, 앙할레스와 마발라캇 시티 경계 어디쯤이었다.
곧 목적지인 SM몰에 도착할 것 같아 정신을 차리고 내릴 때를 기다렸다.

그렇게 도착한 앙할레스, 클락의 SM몰
제니시스 버스는 마닐라 공항에서 우리를 SM몰에 내려주고 최종 목적지인 클락공항을 향해 다시 이동했다.
버스는 정확히 2시간을 달려, 9시쯤 SM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몰 앞에 사람들이 참 많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여기 SM몰에서 마닐라로 가는 제네시스 버스의 시간표였다.
내일 다시 마닐라로 돌아갈 때도 제네시스 버스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표를 사진으로 찍어 기록해 뒀다.
아마도 여기 많이 모여 있는 사람들도 여기서 버스를 타고 마닐라로 이동을 하려는 여행객으로 보였다.


SM몰 맞은 편으로 큰 길을 건너면 에어비앤비로 미리 예약해 둔 숙소로 갈 수 있는 위치었지만
아침 9시에 숙소에 체크인하기는 이른 시간이라 SM몰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다시 얘기하지만,
이번 필리핀 여행은 정말 큰 계획 없이 방문을 해서 여유를 부리고 부리고 부려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SM몰 안으로 들어가 정말 세상 편한 마음으로 너그러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밖은 너무나 더웠고, 몰 내부는 엄청 시원해 보였던 이유도 한 몫 했다.


SM몰에 들어가려고 보니, 이제 막 9시에 맞춰 몰이 오픈한 것 같았다.
그렇게 몰 입구에 섰을 때, 나는 내 눈에 익숙한 한글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었다.
앙헬레스에 여러가지 이유로 한국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하던데, 한국사람 편의를 위해 한글도 병행해서 표기를 해 둔 것 같았다.
앙헬레스에는 예전 미국기지에서 근무하다가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 현지인을 만나 결혼하여 정착한 미국인과 그 자녀들이 아직 많이 있다고 했다.
그들이 앙헬레스에서 영어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앙헬레스가 교육의 도시로 유명하게 되었는데,
한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저렴한 비용 대비 우수한 교육시설로 인해 자녀와 그들 스스로의 교육 목적으로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앙헬레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은 기러기 아빠를 한국에 두고 떠나온 와이프, 그리고 자녀들이 있는 곳,
그리고 어쩌면 미군이 있을 때부터 성행한 밤문화가 유명한 곳이면서 마닐라라는 대도시에 비해 치안이 조금 좋지 않은 곳이다는 것이다.
SM몰을 들어서려는데 입구에 권총을 허리에 찬 가드들이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곳에서 허튼 짓을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경각심이 들었던 것은 내가 가지고 있던 앙헬레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가지고 있는 짐을 따로 검사하지는 않았지만 그들과 이유 없이 눈이 마주치면 뜨끔해지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나중에 필리핀을 여행하면서 느낀거지만,
언제나 그런 경계심과 우려는 나의 고전관념과 잘 못된 인식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늘 그렇듯, 필리핀 사람들도 한국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했고, 그들의 미소는 온화했다.
떨린 마음과 달리 아무런 제재 없이 SM몰 안으로 입장을 했다.
무난하게 앙헬레스, 그리고 SM몰에 도착한 것을 안도하며, 이제 이곳에서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기만 하면 되었다.
20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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