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7)] 마닐라 대성당에서 미사 참여해보기

마닐라 대성당

[필리핀(7)] 마닐라 대성당에서 미사 참여해보기

국외여행/필리핀 Philippines


산티아고 요새를 나와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가 지고 저녁이 찾아 온 마닐라는 적당히 선선하면서 바람이 불어 걷기에 좋았다.

마닐라 도심에 이렇게 오래된 요새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놀라웠었는데
또 요새를 벗어나니 다시 복잡한 마닐라 도심과 마주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외국인이 서울에 놀러와서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복궁을 보고 많이들 놀라워 한다던데, 아마 그와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산티아고 요새 앞 마차]

산티아고 요새 앞에는 마차를 타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요새를 막 벗어나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관광객 한 무리가 마차를 타고 우리 앞을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좁은 골목에 마차가 지나가니 말발굽소리가 참 경쾌하게 골목에 울려 흥미로웠다.

요새 입구에서 이어지는 작은 골목을 따라 조금만 내려오면 이렇게 나무가 우거진 작은 공원을 만날 수 있다.
산티아고 요새를 오며가며 마주쳤던 공원과 비슷한 모습이었는데, 그 규모는 이전의 것보다는 작았다.

여기 작은 공원을 지나쳐 멀리 마닐라 대성당의 종탑이 시선에 들어왔다.
1581년에 세워진,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마닐라 대성당은 이렇게 산티아고 요새와 함께 둘러보기에 좋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마닐라 대성당의 본래 이름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소성당 및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이라고 하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그냥 간단히 ‘마닐라 대성당’이라 부르는 곳이다.

1581년 첫 성당 건물이 지어진 이후 8차례 재건축을 진행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교황 바오로 6세, 요한 바오로 2세,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총 3명의 교황이 사도적 방문을 한 역사적인 곳이다.

가까이에서 보니 성당의 규모가 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성당 외벽에 가꾸어진 모습이나 조각품의 면면을 보니 여사롭게 보이지가 않았다.

마침 우리가 찾았을 때 저녁 미사가 막 진행되려던 참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성당 안에 이미 모여 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미사 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인지, 성당 입구 왼편에 커다란 모니터를 놓아 두고 신부님이 미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생중계 해주고 있었다.

꼭 미사를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성당에는 자유롭게 출입을 할 수 있었다.
성당 입구에서 짐 검사를 받은 후에 나도 성당 안으로 들어가 실제로 미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맨 뒤에서 지켜볼 수가 있었다.

내 종교가 천주교는 아니지만, 이렇게 성당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경건해지고 차분해 지는 것을 느낀다.
더군다나 미사를 하는 도중에 성당을 방문했으니 오죽했을까.

나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성당에 자주 찾아가 방문하고는 하는데
이렇게 실제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성당 내부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 신성한 의식을 내가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신부님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하지만 성당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없고, 맨 뒤에서 조용히 이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성당 외벽은 물론 훌륭했지만 그 내부는 또 어떨지 많이 궁금했었는데
미사를 하고 있어서 내부를 하나하나 둘러보는 것은 어려웠다.
단지 멀리서 이렇게 사진을 찍어 성당의 모습을 담을 수 밖에 없었다.

미사를 조금 지켜보다 다시 성당 밖으로 나왔다.
저녁이 되어 화려한 조명으로 밝게 빛을 밝힌 성당을 볼 수가 있었다.
회색빛 성당 외벽이 노란 조명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성당 입구에는 수시로 미사에 참여하려는 사람들과 나와 같은 관광객이 한데 얽혀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성당이 그냥 건물만 달랑 있었다면 그 생동감이 덜 했을 터인데
이렇게 미사를 드리고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니 뭔가 살이 있는 성당을 보는 것 같았다.

상당 앞에 있는 작은 공원은 플라자 로마(Plaza Roma), 로마 광장이라는 이름의 작은 광장이었다.
그 광장 가운데 이렇게 누군가의 동상이 우뚯 솟아 성당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이었고, 멀리서는 성당의 미사 소리가 들려오면서도
선선한 바람과 나무에 걸린 조명들이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런 감성에 젖어 나와 함께 플라자 로마에 멀뚱이 서 있는 저 동상과 나는 그 감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했다.

성당 주변을 조금 더 둘러 보고 싶었다.
성당 반대편 입구도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문제는 날씨었다.
갑자기 굵은 소나기가 내리면서 더 이상 걸으며 성당을 둘러보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공원 길건너에 있는 패스트푸드 햄버거 체인점에 들어가 잠시 비를 피했다.
빗줄기가 굵어 오래 맞으면 옷이 다 젖을 것 같았다.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아 햄버거를 사 먹지 않고 빈 자리에 잠시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성당을 더 둘러볼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할지 잠시 고민을 했었는데,
맘 같아서는 미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성당 내부를 조금 더 둘러보거나 저기 맞은편 성당 입구로 가서 사진을 조금 더 찍고 싶기도 했지만
성당은 그냥 여기서 그만 구경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막 시작된 미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게 조금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도 같았고,
성당 맞은편으로 갔다 가는 것도 크게 달라질 성당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비가 조금 잦아들자 나와 내 일행인 선배는 택시를 불러 숙소 근처로 이동을 하기로 했다.

2023.06.04

Lates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