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33)] 다낭 오행산(Marble Mountains), 암푸동굴(Động Âm Phủ)

다낭 오행산, 마블 마운틴

[베트남(33)] 다낭 오행산(Marble Mountains), 암푸동굴(Động Âm Phủ)

국외여행/베트남 Vietnam


다낭 전쟁 박물관을 둘러보고 박물관 앞에서 그랩을 타고 오행산으로 이동했다.

다낭 시내와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의 불교사원을 둘러볼 수도 있고 또 전망대도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전쟁 박물관 앞에서 오행산까지 그랩으로 20분 정도 소요되었다.

오행산은 베트남 사람들의 민간 신앙을 대변하는 산으로, 5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화(火, 불), 수(水, 물), 목(木, 나무), 금(金, 금), 토(土, 땅)의 5가지 오행을 관장하는 산이라는 뜻으로 오행산이라는 임을 지었다고 한다.

사실 수(水)의 이름을 가진 상이 가장 큰 산인데, 산이라고 하기에는 나즈막하고, 언덕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높은 산이 ‘수(水)의 산’이다.

‘수의 산’ 옆으로 규모가 조금 더 작은 ‘토의 산’, ‘금의 산’, ‘화의 산’, ‘목의 산’이 각각 위치해 있다.

공교롭게 5개의 작은 산들이 모여 있어서 오행을 뜻하는 산으로 의미를 부여해 둔 곳이 여기 오행산이었다.

5개의 산에는 모두 사찰이 있지만

관광객들은 대부분 규모가 가장 큰 ‘수의 산’에 방문을 한다.

볼거리가 가장 많고, 또 높이가 가장 높아 전망대에서 도심을 전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 쪽에서 차를 내려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보니

동굴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념 사진도 찍고 동굴 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원래 입장권을 구입해서 입장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마침 나와 어미니가 찾았을 때는 베트남의 불교 관련 기념일이어서 입장이 무료라고 했다.

여기 동굴은 일반 동굴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는데,

동굴 안에 불상이라니, 왠지 영적인 기운이 더 강하게 풍겨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오행(五行)산’은 영어로는 그 뜻이 전혀 다른데, ‘수의 산’이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돌 산이어서

대리석을 뜻하는 ‘마블산(Marble Mountains)’으로 부른다.

동굴 입구를 보니 그 이름의 뜻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대리석 동굴이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검은 속내를 관광객에게 내 보이고 있었다.

밖에서 볼 때는 동굴이 엄청 어두웠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오니 금방 어둠에 익숙해지고, 또 조명이 중간 중간 놓여 있어서 이동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바닥을 관광객이 오갈 수 있도록 잘 정돈을 해두어서 둘러보기 편했다.

동굴 안 쪽에 불단(수미단, 須彌壇)이 놓여 있었다.

절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와 나는, 비록 한국의 절은 아니지만 마치 한국의 절을 찾은 것처럼 시주를 하고 합장하며 기도를 올렸다.

시주도 베트남 돈, 동으로 했는데 기분이 묘했다.

동굴 속이지만, 향로도 있었다.

중국식 사찰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중국식 향로와 향이 많이 꽂혀 있었다.

동굴이 실내라서 향을 태우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동굴 속이었지만 통풍이 잘 되는 것 같았다.

동굴 속은 불단에서 끝나지 않고,

옆에 난 계단을 따라 동굴 더 깊은 곳을 탐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모험심 강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가 나보다도 더 먼저 계단을 따라 동굴 안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어제 한 시장에서 산 아오자이가 다낭 여행의 멋을 더해주고 있었다.

계단을 천천히 올라 동굴 깊은 곳으로 이동을 하니 숨겨져 있던 여러 불상과 불단이 나타났다.

동굴과 사찰을 따로 두지 않고, 동굴 전체를 하나의 사찰로 만들어 둔 것 같았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동굴에 불상들이 놓여 있으니 정말 신성한 장소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완만했던 계단이, 가면 갈 수록 좁고 가팔라졌다.

뭔가 높은 탑을 향해 오르는 것처럼 계단이 이어져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여기 ‘수의 산’ 전망대로 이 동굴이 이어져 있어 계단을 높게 만들어 뒀단다.

오행산에 올 때는 꼭 편한 운동화를 신고 와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어머니와 나는 여행을 가면 걸으며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서 오늘도 운동화를 신고 온 덕분에 이런 미끄럽고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계단을 오르는게 쉬운 일은 안었지만

계산을 오르고 좁은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불상을 찾아 휴식을 취하는 재미가 있었다.

불상을 직접 옮겨다 놓은 곳도 있었지만, 이렇게 벽에 불상을 직접 새겨 둔 곳도 있었다.

그 정성이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게 불상을 새겨 두었다.

부처님 특유의 온화한 미소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다.

보는 것 만으로도 편온이 찾아온 것 같았다.

그래도 계단이 잘 정비가 되어 있어서 차근차근 오를 수 있었다.

길이 좁았지만 마주치는 사람들이 서로 양보를 하기도 하고 또 불상이 중간 중간 놓여 있어서 일행을 마주치면 잠시 피해갈 수도 있었다.

걸음을 옮기면 옮길 수록 동굴이라는 느낌 보다는 조금은 특이한, 특별한 사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동굴 속 계단을 모두 올랐을 때

어머니와 나는 계단을 오르는 힘듦은 까맣게 잊고 동시에 우와, 탄성을 질렀다.

엄청 높이 오른 것도 아닌데, 도심의 모습이 멀리 다 내려다 보여서 속이 뻥 뚤리는 것 같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아주 멀리 바다도 조금 보였고, 도심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풍경이었지만

그래도 빼곡히 모여 있는 나즈막한 집들이 내가 서 있는 동굴의 정상과는 이질감이 있어서 신기하고 예뻤다.

이 풍경 말고는 동굴 정상에서 딱히 더 볼 것은, 할 것은 없었다.

그래도 습한 날씨에 동굴을 계단을 타고 오르느라 땀이 났었는데 바람이 선선히 불어 땀을 식혀주었다.

이 풍경을 보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뒤이어 오르는 관광객들에게 이 전망을 양보하고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가 입구로 내려갔ㄷ.

동굴을 내려가려는데 올라올 때는 보이지 않았던 불상이 여기 정상에도 놓여 있는게 보였다.

작은 불상 3개와 연꽃이 놓여 있었는데 아담하니 귀여운 불상이었다.

전망대로 올라오는 계단 윗쪽에도 작은 공간에 불상이 놓여 있었는데

위로만 보며 계단을 오를 때는 당연히 보이지 않는 위치에 불상이 놓여 있었다.

저기 뒤 이어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에게는 숨겨진 불상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해주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풍경을 충분히 만끽한 후, 땀이 충분히 식으면 그 후에 나처럼 계단을 내려가다 불상을 마주하겠지

아니 근데,

계단을 내려가는 길에 보니, 계단 옆으로 작은 길이 나 있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그 길을 따라 내려오는 것이 보여서 호기심에 어머니와 나도 길을 따라 가 봤다.

그랬더니 좁은 공간에 탑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지

모름지기 사찰이라면 탑이 있어야지

비로소 사찰을 모두 다 둘러본 것 같은 후련함이 들었다.

탑을 보지 않고 동굴을 내려갔다면 뭔가 아쉬웠을 텐데, 이 탑을 보게 되어 숨겨져 있는 퀘스트를 모두 다 통과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계단을 내려와 처음 불단이 놓여 있던 공간으로 내려왔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동굴이겠거니 하고 발을 들였는데,

전망대를 오르고 내려오는 사이에 동굴이 사찰로 변해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동굴에 왔을 때에는 시선이 잘 가지 않던 다른 불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사롭지 않은 동굴, 아니 사찰의 모습에 쉽게 동굴을 떠나기가 싫었다.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오행산을 찾았지만

꽤 괜찮은 절에 들러 좋은 기운을 얻어 가는 것 같아서 좋았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표정을 한 조각상이 한쪽에 숨어서 어리둥절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표정이 정말 무서웠는데, 마치 우리네 절에 가면 있는 사대천왕의 모습 같았다.

그렇다면 동굴 입구는, 속세를 구분 짓는 일주문(一柱門)인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동굴을 나서는데

어두웠던 동굴에서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내 눈이 밝은 세상에 적응하느라 빠르게 동체를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다시 속세로 나가는 나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순간이었다.

동굴 입구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고, 그곳에는 작은 생명체도 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사찰이 갖추어야 할 구성품이 모두 갖추어져 있는 사찰, 절이었다.

어머니와 절을 다녀온 기분과 경험을 같이 공유하며 오행산 암푸 동굴 체험을 마쳤다.

다시 생각해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와보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모자는 조금 더 높은 전망대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러 이동을 했다.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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