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예년보다는 조금 더 긴 여름휴가를 받았다.
그래봤자 하루, 이틀 정도를 더 받는 것이 전부지만 직장인에게 여름휴가를 하루, 이틀 더 받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보통 월요일부터 금요일, 5일 간의 여름휴가가 주어지는데 앞 뒤 주말을 포함하면 총 9일을 여름휴가로 보낼 수 있다.
23년 8월은 광복절(15일)이 화요일이었고, 14일 월요일은 회사가 전사휴무를 갖기로 해서
광복절 전 주를 휴가로 지정한 나는 광복절 특수(?) 덕분에 총 11일을 여름휴가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이번에는 노력과 비용을 조금 더 들여 멀리 유럽대륙으로, 그 중에서 이탈리아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보기로 결정했다.
인천에서 이탈리아로 바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도 있었지만 언제나 아쉬운 건 비용이었다.
8월, 여름휴가 극성수기에 장거리 비행기를 타는 것은 늘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나는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특정 도시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선택하면서 비행기 삯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싶었다.
대신 공항에서만 머무는 경유가 아니라
경유지에서도 꽤 시간을 보내는 레이오버(LayOver)를 선택하면서 경유지에서도 약간의 여행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휴가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조금 긴 여름휴가 일정 때문에 경유를 하더라도 여유가 있는 휴가 일정을 짤 수 있었다.
“레이오버(LayOver) : (잠시) 누워만 있다가 간다는 뜻. 보통 24시간 이내의 짧은 경유를 뜻한다.”
“스탑오버(StopOver) : 여행을 (잠시) 멈출만큼의 경유라는 뜻. 보통 24시간 이상 경유지에 체류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는 중국의 국적기, 에어차이나(AirChina)를 이용해 항저우를 거쳐 목적지인 로마(Rome)로 가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 1시 20분에 출발해 항저우에 오후 2시 20분에 도착하는 비행기, 인천에서 항저우까지 비행시간은 약 2시간이었다. (한국과 중국 시차 1시간)
결과론적이지만,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에어차이나를 왕복으로 이용한 것은 일정이나 서비스 부분에서 너무나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중국 국적기를 이용하는 것은 지난 영국여행에 이어 2번째였는데,
부정적인 후기들이 더러 있었던 것과 달리 나는 중국 국적의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이 크게 만족스러웠다.
[중국 동방항공 타고 런던가기(상하이 경유)]
공항까지는 공항철도를 이용해 이동했다.
나는 공항철도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보이는 스케쥴 보드에서 내 비행기를 찾아보고는 하는데,
오전 10시 3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더니 아직 출발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이라 스케쥴 보드에 내 비행기가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 근처로 가서 다시 비행기를 찾아보기로 했다.

인천공항 3층, 출국장에 있는 스케쥴 보드에서 나의 비행기를 찾아서 카운터를 확인했다.
에어차이나의 체크인 카운터는 M 카운터였다.
이렇게 보니 짧은 시간에도 정말 많은 비행기가 인천공항에서 이륙하는 것 같았다.
이륙하는 비행기만큼 또 착륙하는 비행기도 이만큼 있겠거니,라고 생각하니 정말 인천공항이 한결 크고 거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비행 스케쥴 시간인 오후 1시 20분, 같은 시간에 항저우로 가는 비행기도 3편이나 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비행기는 코드만 쉐어하는 1대의 비행 스케쥴이었다.)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해서 아직 비행기 출발시간이 3시간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나는 딱히 면세점에 들를 일이 없었기도 했고, 체크인 후 바로 비행기만 타면 됐었기 때문에 조금 여유를 부려 이른 점심을 먼저 챙겨 먹었다.
그래서 카운터로 바로 가기 보다는 지하 식당가로 먼저 이동했다.
나는 인천공항에 오면 보통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로 가서 식사를 하는 편인데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 마지막 한식은 나주식곰탕이었다.
엄청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먼 여행을 떠나기 전 든든한 한끼로는 손색이 없었다.



이른 점심을 챙겨먹고 다시 3층 출국장으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M 카운터는 인천공항의 서편 가장 끝에 위치해 있었다.
국제선이기는 했지만 항저우까지 가는 비행기는 A320으로 작은 기종이었다. (좌석 3-3 배열, 협동체)
다른 국제선 항공기에 비해 비행기가 작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적었고 그래서 체크인 카운터는 한산했다.
나도 빠르게 체크인을 하고 티켓을 받았다.

나는 경유지 항저우에서 10시간 정도 레이오버(LayOver)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티겟은 인천에서 항저우 구간 1장만 받았고, 캐리어도 항저우에서 찾은 후 나중에 항저우에서 이탈리아 로마까지는 다시 체크인을 해야 했다.
항저우까지 가는 내 비행기, 에어차이나(Air China) CA140편
37번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체크인 후에는 빠르게 출국심사를 받고 게이트로 이동했다.
국제선 비행기를 탈때면 인천공항이든 아니면 해외 공항에서든, 내 패턴은 동일하다.
카운터에서 티켓팅 이후에 되도록이면 빠르게 게이트로 이동하는 것!
그래야만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고 위안이 된다.
이번에도 출국심사를 빠르게 마치고 37번 게이트로 바로 이동했다.
인천공항에서 출국할 때는 출국심사가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빠르고 편리했다.

출국장에 들어와 내 비행기가 정박해 있을 게이트를 한 번 더 확인했다.
면세점 앞에 있는 스케쥴 보드에 37번 게이트는 오른쪽으로 가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
여기서 보니 같은 시간, 같은 게이트에서 항저우로 가는 비행기 3편은 1대의 비행기에 각기 다른 코드를 얘기하는 것이었다.
내가 타는 비행기는 1대인데 코드는 3개를 부여 받았다. (CA140 / OZ6827 / SC126)
CA코드는 내가 이용할 에어차이나(Air China), OZ코드는 우리나라 아시아나 항공(Asiana Airlines), 그리고 SC코드는 중국의 산동항공(Shandong Airlines).
산동항공은 비행기를 좋아하는 나도 조금 낯설었는데,
알고보니 중국 산둥성을 기점으로 설립된 항공사이고 중국국제항공, 즉 에어차이나의 자회사라고 한다.
이름은 낯설어도 중국에서는 8번째로 규모가 큰 항공사라고 하니, 어찌되었든 코드를 쉐어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었다.
경유를 하는 항공권의 경우, 본 비행 외 자회사나 LCC항공을 이용하여 짧게 경유지로 이동하는 경우에 이렇게 코드를 쉐어하여 티켓팅이 되는 것 같았다.
항공사는 취항하지 않은 국가나 도시의 고객을 모객할 수 있어 이득이 되는 방식일테다.


37번 게이트를 향해서 출국장을 천천히 걸어서 이동했다.
12시에 가까워져 가는 시간이었다.
해외 항공사라고 해도, 중국 국적기를 이용해서 인지 별도의 탑승동이 아니라 그나마 가까운 게이트로 배정을 받은 것 같았다.
탑승동이라면 셔틀 트레인을 이용해서 이동을 해야 했을텐데, 37번 게이트는 길다란 출국장을 걸어서 이동이 가능했다.

조금의 호사, 혹은 호기를 부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한잔 사 들었다.
게이트로 가는 이 발걸음이 아주 신이 나 있었던 것 같다.
거북이의 ‘비행기’ 노래가사가 생각 나 따라 불렀었던 것 같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 속을 지나쳐 마지막 게이트야,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하고 있어, 이럴 땐 침착해 좀 자연스럽게!’
거북이 ‘비행기’ 노래는 20년 전, 싱가포르로 가는 나의 첫 해외여행 때 이곳 인천공항 게이트 앞에서 처음 들었었다.
거북이가 신곡으로 비행기를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나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노래만 들으면 그렇게 신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의 위한 휴게 공간에는 뽀통령이 있었다.
여행 떠나기 전 아이들이 뽀로로를 보면서 비행기를 기다린다면 지루하지 않게 기다릴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게 인천공항의 배려고 관심이겠거니.

인천공항 37번 게이트는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더듬이처럼 툭 튀어 나온 2개의 출국장 중 한 곳, 끝에 위치해 있었다.
탑승 시간 보다도 30여 분 일찍 도착했더니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게이트 앞에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한국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국사람들이었다.
인천공항이지만 주변에서 중국어가 들리니 벌써 중국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그들의 한국에서 보낸 시간과 추억이 즐겁고 아름다웠기만을 바랐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카트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여기어때’에서 공항카트에 프린트를 씌워 광고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여행갈때 여기어때’ 카피와 함께 여행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한 인쇄광고였다.
그 중에 내가 신인(?) 때부터 좋아했던 원지(1G)의 모습도 보여서 반가웠다.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여행 인플루언서의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비행기는 지연 없이 정시에 출발할 것으로 보였다.
창 넘어로 보이는 CA140 비행기가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눈으로 담았다.
이렇게 보니 정말 기체가 작은게 체감이 되었다.
서울-부산을 오가며 가끔 이용하는 비행기라 익숙했지만, 부디 항저우까지 무사히 비행해주었으면 하고 속으로 기도했다.


게이트가 열리고 비행기에 탑승하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드디어 여름휴가를 떠나는 순간, 나는 적잖은 흥분과 기쁨이 한데 엃혀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그렇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와 연결된 브릿지를 건너며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길에 오르는 이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했다.


승무원이 비행기에 오르는 여행객을 친절히 맞아주셨다.
나는 창가로 자리를 지정해서 조금 빨리 비행기에 올라 옆 사람이 오기 전에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창가 자리로 갈때 그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 같아 되도록이면 창가자리일 때는 서둘러 탑승을 하는 편이다.



다 만족스러웠지만, 내 좌석벨트가 꼬여 있는 부분은 이번 비행의 작은 오의 티였다.
분명 내 자리의 좌석벨트가 맞는데, 클립을 체결하는 버클이 반대로 연결되어 있었다.
클립을 연결하는 연결구가 벨트를 풀 때 들어올리는 손잡이 쪽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그대로 좌석벨트 체결이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벨트를 한 번 꼬아서 거꾸로 벨트를 체결해야 했는데, 좌석벨트를 연결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어 비행하는 동안 그렇게 벨트를 연결해야 했다.


내 벨트꼬임과는 상관 없이, 하늘은 너무나 쾌청했고 날씨는 맑았다.
여행을 떠나는 길에 날씨마저 이렇게 좋아버리니 마음은 벌써 하늘을 날아가는 듯 했다.

에어버스 기종을 이용하면, 비행기가 작아도 이렇게 스크린으로 비행정보를 전달해 주는 부분은 참 맘에 든다.
출발 전 비행 안전사항을 이렇게 스크린으로 볼 수 있었다.
좌석 앞에 개인 스크린은 없었지만, 비행을 하면서도 현재 비행 상태나 이동경로를 저기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짧은 비행이었지만 간단한 간식도 받을 수 있었다.
작은 상자에 머핀과 쿠키가 들어 있었는데, 상자의 색감이나 구성품이 우리나라 진에어를 이용해 짧게 동남아를 비행하면 받을 수 있는 구성 같아서 반가웠다.
비행 전에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지만 하늘에서 먹는 간식도 놓치지 않고 맛있게 챙겨 먹었다.

그렇게 2시간을 날아 항저우(杭州市, Hangzhou) 공항에 도착했다.
항저우는 상하이(上海市, Shanghai)에 근접해 있는 내륙 도시다.
상하이를 짧게 여행한 적은 있지만 항저우는 또 처음이었다.
나의 두 번째 중국 여행, 그리고 두 번째 중국을 경험하는 도시, 항저우였다.
공교롭게도 내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곧 있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마지막 준비에 한창인 항저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으로 이동하면서도 중간중간 제 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을 홍보하는 문구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아직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이었지만, 나는 이번 항저우에서 잠깐의 여행으로 나중에 있을 아시안게임이 더 기대되고 벌써부터 몰입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항저우를 찾았던 23년 8월에는 아직 중국이 여행비자 면제를 시행하기 전이었다. (24년 11월 8일부터 여행비자 면제 시행)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중국을 방문할 때 사전 여행비자를 신청했었어야 했지만, 24시간 이내 경유 목적의 짧은 체류일 경우에는 비자가 면제되었다.
나는 지난 번 상하이 경유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항저우에서의 레이오버 때도 경유를 증명하는 비행편을 보여주는 것으로 비자 없이 중국에 입국을 할 수 있었다.

여권에 찍힌 입국 스탬프와 임시입국허가증 (Temporary Entry Permit)
나는 항저우에 10시간을 체류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정도 허가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무리 없이 입국장을 통과하고 끝까지 남아 나를 기다리고 있던 캐리어를 찾아 공항을 빠져나왔다.
기쁜 마음으로 찾은 항저우, 하지만 내게 남은 시간 10시간 중에서 입국하느라 소비한 시간, 그리고 다시 저녁에 공항에 방문해야 하는 시간을 빼면
촉박하게 항저우를 여행해야 해서 초조한 마음으로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짧지만 강렬한 항저우에서의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02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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