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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다낭은 보통 휴양을 목적으로 많이 찾는 도시이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을 호텔 안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해변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도시가 크지 않고, 그래서 다낭 시내에는 볼거리가 많지 않아 다낭 근교를 묶어서 여행일정을 짜는 사람이 많고, 나도 이번 여행일정을 그렇게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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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다낭여행을 계획할 때는 일정에 넣지 않았고, 어머니와 쉬엄쉬엄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에 휴식 일정을 많이 짜뒀었는데
어머니는 기껏 여행을 온거니 아파트에 가서 쉬기 보다 다낭 여기저기를 조금 더 둘러보자며 다음 관광지로 또 가보자며 걸음을 옮기셨다.
그렇게 찾아 간 곳이 다낭의 전쟁 박물관이었다.
베트남전쟁은 내 세대는 잘 체감을 할 수 없는 역사이지만, 어머니 세대는 직간접적으로 아주 가까운 전쟁역사인 것 같았다.
내 예상보다 어머니가 많은 호기심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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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군구 전쟁 박물관
미국과 접전을 벌였던 북베트남 5군구의 활약상을 기리기 위해 만든 박물관이다.
‘군구’라는 것은 군대의 편제를 뜻하는 말인데, 한국으로 얘기하자만 ‘군단’급으로 구분되는 단위인 것 같았다.
실제로는 군사행정을 위해 설정한 지역이나 구역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에, 군대 주둔지 기준으로 ‘군단’을 구분하는 의미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베트남 5군구는 이곳, 다낭시와 그 주변을 관할하는 군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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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입장료가 있었는데, 1인 6만동(3,000원) 이었다.
한국 물가로 비교하면 많이 비싼 편은 아니었지만 베트남 물가로 비교하자면 조금 비싼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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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들어섰는데,
본관에 들어서기 전부터 여러 전쟁 군수 물자들에게 시선이 빼았겼다.
정말 베트남 전쟁에 사용되었을 법한 탱크와 헬리콥터, 미사일이 전시되어 있었다.
물론 많은 부품이 망가지고 빠져 있는 모습이었지만, 외관상으로는 조금만 정비를 하면 지금도 전쟁에 참전해도 될 것처럼 아주 잘 관리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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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헬리콥터에 시선이 많이 갔는데
베트남 전쟁과 관련된 영상을 봤을 때 병력을 빠르게 이송하기 위해 헬리터가 많이 보였던 것 같다.
이 헬기가 실제로 전장을 누볐을 모습을 상상하니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실내는 생각보다 엄청 구조가 간단해 보였는데, 지금은 세월의 흔적 때문에 많이 낡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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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적에 봤던 영화, 실버스타 스탤론 주연의 람보(First Blood)의 한 장면이 떠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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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투기도 전장을 누볐을까?
날개 아래에 달려 있는 다연장 로켓 발사체가 비행기 동체와 비교하니 시간 차이가 조금 있어 보이기도 했다.
60년대 ~ 70년대를 내가 살아보지 않아 가늠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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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람들은 미군과 치루었던 베트남 전쟁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어디에서 들은 것 같다.
미국이 참전한 전쟁 중 어찌 보면 미국이 승리를 쟁취하지 못 했던 유일한 전쟁, 바로 그 전쟁이 베트남 전쟁인데
반대로 베트남 사람들 입장에서는 유일하게 미군과 싸워서 패전하지 않은, 어쩌면 승리했다고도 얘기할 수 있는 전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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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기념관 외부 전시공간에서 그런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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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양한 군수 물자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105mm 견인포도 전시되어 있었다.
‘포’라고 하면 한국도 질 수 없는데, 최근에는 명품 K9 자주포 덕분에 한국이 포방부라고 불릴 정도로 포에 진심인 나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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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0~60년 전, 베트남 전쟁 시기에
한국은 미국의 편에서서 군인들의 목숨과 소총 한 자루만을 가지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을 했다.
그럼에도 한국군은 베트남 군이 두려워하는 강인한 전투력을 보여줬다는 영상을 본 기억이 있다.
그 시기에 사용되었을 105mm 견인포, 어쩌면 미군의 입장에 섰던 한국군에게도 엄청난 위협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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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포의 모습을 한 자주포인 것 같다.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외관을 깨끗이 유지하고 있었다.
뜻을 알 수 없었지만 포신에 적힌 문구가 뚜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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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탱크의 모습이다.
확실히 자주포와는 차이가 있다.
외관을 보니 오래전 너무나 감명 깊게 봤던 ‘밴드 오브 브라더스 Band of Brothers’드라마 속, 2차 세계 대전에서 봤던 전차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윈터스 중위’가 그의 절친인 ‘닉슨 정보장교(중위)’와 같이 저 탱크 앞에 앉아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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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 차량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장갑차와 수송 차량, 그리고 닷지 뒤편을 개조해 박격포를 얹은 차량의 모습이었다.
아직도 한국 군대에서는 육공트럭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그 비슷한 트럭을 다낭에서 보니 내 군대 시절이 다시 생각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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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군 시절 탄약보급병을 주특기로 군생활을 했다.
실제 사격훈련이 있는 날이면 행정보급관과 같이 탄약고에서 탄약을 수령하여 사격장으로 가져가는 역할을 했고,
사격훈련이 없는 날이면 수송부에 차량배차를 요청하거나 그양 한 군수물자 재고관리와 분출을 담당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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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이 나와는 조금 동떨어진 일이겠거니, 생각을 하고 별 생각 없이 박물관을 찾았지만
전쟁 장비들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나도 20여년 전 내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완전히 몰입을 하고 있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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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그 전투기
아직 북한에는 미그기(미그21, Mig-21)가 주력 전투기로 활용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전에서 전투기의 역할은 정말 중요한데, 한국이 KF-21 개발을 성공해서 곧 실전 배치된다는 뉴스를 보면 정말 한국의 무기발전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KF-21과 미그(Mig)기의 전투,
실제로 일어나면 안될 전투이지만 실제로 전투가 일어난다고 해도 KF-21이 압도적으로 승리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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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전시공간을 모두 둘러보고 박물관 내부로 들어갔다.
입구에 호치민과 전쟁 영웅의 동상이 서 있었다.
베트남 전쟁영웅, 혹은 유명한 군인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었지만 누구인지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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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박물관이라고는 했지만, 외부에 전시물품이 전시되어 있던 것과 달리
박물관 내부에는 딱히 전시물품이 많지 않았다.
전쟁을 기념하기 위한 사진이 많았고, 실제 전쟁 때 사용되었던 군사 물품은 없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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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많지 않아서 조용히 둘러보기 좋았다.
베트남 유명 관광 명소가 대부분 그렇지만, 실내에도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거나 아예 갖추지 않은 곳이 많다.
대신 큰 선풍기가 천장에서 시원한 바람을 순환시키고 있는데 땀을 완전히 식혀줄만큼은 시원하지 않았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몸에서 열을 방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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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뒤편에 넓은 마당 같은 공간이 있었다.
실내지만 외부와 연결되어 있어 채광이 잘 되는 공간이었다.
누구를 위해 놓여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회의실을 연상케 하는 배치로 나무의자가 많이 놓여 있었다.
딱히 급하지 않은 어머니와 나는 이 곳에 앉아서 꽤 많은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 아무도 오가는 사람이 없어서 아주 편안히, 그리고 조용히 휴식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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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뒤쪽으로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꽤 넓은 정원이었는데 큰 나무들이 많이 심겨져 있는 모습이 작은 숲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드게 하는 정원이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들었다.
새벽에 내린 비 영향인지 바닥이 아직 조금 젖어 있었고, 정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습기 때문에 여전히 더웠지만, 그래도 기분은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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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박물관 뒤 정원을 지나면 호치민 박물관으로 갈 수 있다.
호치민의 소장품을 전시한 박물관인데, 여기 다낭 뿐만 아니라 베트남 대부분 도시에는 호치민 박물관이 꼭 하나씩은 있는 것 같다.
호치민이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여러 의미를 가지는 인물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도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현충사나 동상, 도로가 많이 있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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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내부는 엄청 깨끗한 바닥과 장식품들이 눈의 띄었다.
여전히 우리 외에는 아무런 관광객이 없는 박물관 내부를 천천히 구경했다.
메인 홀 가운데 호치민 동상이 크게 자리를 잡고 앉아 멀리서 찾아온 어머니와 나를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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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내부에는 호치민의 생애와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고 있었다.
한 여인이 1965년 이후 노년의 호치민을 촬영한 사진이 전시 중이었는데, 사진으로 담아오지는 못 했다.
호치민은 베트남 최초의 국가주석으로, 현재까지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되고 있다.
호치민이 태어난 집의 모형도 전시되고 있었는데, 우리네 초가집 같은 집이어서 친숙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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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전쟁 박물관과 호치민 박물관을 모두 둘러봤다.
평일 오전이었기 때문에 관광객이 거의 없는 박물관 두 곳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베트남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 않은 세대이지만 간접적으로 전쟁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새로운 모습도 많이 알게 되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전쟁 박물관은 그렇다 치더라도, 호치민 박물간은 눈으로 구경하는 것 외에 큰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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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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