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34)] 다낭 오행산, 산중사찰과 전망대

다낭 오행산, 전망대

[베트남(34)] 다낭 오행산, 산중사찰과 전망대

국외여행/베트남 Vietnam


오행산에는 산 전체가 절, 사찰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사찰과 불교 관련 조형물들이 많이 있다.

방금 다녀온 암푸동굴에서도 충분히 사찰을 경험했지만 산 전체가 절로 뒤덮여 있어서 조금 더 오행산을 둘러보기로 했다.

암푸동굴 옆으로 오행산 주차장이 있는 1층에서 산 위로 오를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놓여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오행산 전망대로 바로 이어지고, 또 다른 사찰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로 갈 수도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길 목에 있는 매표소에서 구매할 수 있다.

2가지 티켓이 필요한데, 오행산을 입장하는 입장권과 엘리베이터 편도 티켓이다.

매표소에서는 엘리베이터 편도 티켓만 판매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관광객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산을 하산할 때는 걸어서 산을 내려오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오르면 다낭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바로 이어진다. (다낭 도심은 아니고, 다낭의 남쪽 외곽 주택가의 모습이다)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마자 이런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서 다낭 주택가 먼 곳까지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어서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오행산의 5개 산 중 사찰이 있지 않은 유일한 산이지만 저기 ‘나무의 산’이 함께 있어서 ‘다섯가지 행운이 있는 오행산’이 완성된다.

영어로 마블(Marble) 산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물론 산이 대리석(marble)으로 이루어진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언맨, 블랙위도우, 스칼렛 위치, 스파이더맨, 토르, 호크아이가 모두 모여야 마블이 되듯이, 오행산도 다섯 개 산이 다 모여서 마블 세계관을 이루는 듯 했다.

오행산은 여기 전망대를 보기 위해서 방문해도 좋을 법한 곳이었다.

새벽에 많은 비가 내리고 오전에는 그쳤기 때문에, 전망대에 올라 풍경을 바라보는 동안 멀리 있는 풍경까지 잘 볼 수 있었다.

비가 내려서 습하고 꿉꿉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풍경 이렇게 만족스러워 다행이다 싶었다.

여기 전망대만을 둘러보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계단을 이용해서 산을 내려가는 일행도 보였다.

엘리베이터 앞에 관리인이 한 명 있었는데 지루한지 핸드폰을 보며 다음 엘리베이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내려가는 티켓은 저 관리인에게 끊을 수 있다.

전망대를 뒤로하고 산 속으로 길이 길게 나 있다.

산 허리를 돌아 산 속에 숨은 사찰을 찾아 떠날 수 있는 길이다.

초입은 정비가 잘 된 길이 놓여 있어 편하게 걸을 수 있지만 산 길이 깊어지면 깊어질 수록 계단과 오르막 내르막이 이어지는 녹녹치 않은 산행길이다.

한국의 절들은 대부분 산을 올라야 만날 수가 있다.

그런데 오행산에 있는 절, 사찰은 산 허리를 두른 산길을 가다 보면 산의 아래에 위치해 있기도 했다.

그래서 길을 걷다 길 아래에 있는 사찰을 가기 위해 내리막을 따라 산을 내려가야 사찰에 닿을 수 있는데,

그 덕분에 이렇게 길 위에서 사찰 전경을 구경할 수 있는 멋과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오행산 사찰 여행이었다.

어제 갔었던 다낭 해변의 영흥사와 이름이 비슷했다.

베트남에서 만난 몇 곳의 사찰 중에 그래도 우리네 사찰과 가장 비슷하게 닮은 절 같았다.

하노이 호안끼엠의 녹손사원이나 서호 안에 있는 쩐꾸옥 사원은 절이라고 하기에는 아늑함이 부족했다.

주변이 호수로 개방되어 있어서 산속에 둘러 쌓여 있는 내 기억 속 절, 사찰과는 느낌이 달랐다.

도심의 사찰은 접근성이 좋지만 그래서 아늑함이 부족했다.

산 속의 사찰은 닿기에는 어렵지만 무엇보다 포근하고 아늑한 멋이 있어서 좋다.

야외에 큰 불상이 있었다.

오행산이 마블, 대리석 산이라서 그런지 흔한 대리석으로 정성들여 불상을 조각해 모셔 두었다.

불상 앞에는 큰 향로에 많은 향이 연기를 뿜으며 앞서 이곳을 다녀간 중생의 염원을 하늘로 올려 보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크고 작은 불상이 많이 놓여 있었다.

주변의 동물들, 그리고 여러 제자가 함께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니

이 불상은 석가모니가 아닐까 추측해 봤다.

사찰을 나와 오행산을 조금 더 깊이 둘러보기 위해 다시 산책로를 걸었다.

바닥은 흙과 돌로 정비가 되지 않은 길도 있었지만 대부분 시멘트 바닥과 계닥으로 정비를 해 둬서 걷기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

새벽에 비가 많이 온 탓에, 그리고 아직 습했던 날씨 탓에 대신 바닥이 많이 미끄러워 발을 디딜 때 조심해야 했다.

산이 엄청 우거지지는 않았지만

동남아, 그 특유의 열대림과 습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런 돌산에도 나무가 뿌리를 내려 자생하고 있다니, 정말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길을 걷는데 다시 동굴이 하나 나타났다.

우리 앞을 걷던 서양에서 온 관광객 무리가 저기 동굴로 들어가는 것이 보여서 어머니와 나도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이 동굴 안에도 사찰이 있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동굴 안에 들어서는데 다시 불상이 우뚝 솟은 모습을 마주했다.

역시나 동굴을 사찰로 만들어 두고 불자와 관광객을 맞아주는 모습이었다.

생화가 놓여 있고, 또 방금 태운듯한 향이 향로에서 타고 있었다.

어머니와 나는 이 앞에서 손을 모으고 잠시 합장을 했다.

불상 뒤로 난 계단을 따라 오르면 동굴 깊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길이 엄청 가파르고 좁아서 쉬운 길이 아니었는데,

좁은 계단길을 힘들게 오르고 통과해보면 정말 멋진 풍경이 마치 보상이라도 하듯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린남 동굴을 다시 나오니, 처음 동굴 앞에 도착했을 때는 보지 못했던 작은 휴게소가 보였다.

습한 날씨에 산을 오르고 동굴을 탐험하느라 목이 마르기도 했다.

어머니와 이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말 그대로 신선한 오렌지 주스 하나와 코코넛 주스를 하나 주문했다.

오렌지 주스는 주문을 하면 눈 앞에서 오렌지를 반으로 잘라 착즙을 해주는데,

얼음에 주스를 담아 한 모금 마시면 세상을 다 가진듯한 시원함과 시큼하고 달달하고 상큼한 맛을 느낄 수가 있었다.

어머니는 코코넛을 처음 드셔 보셨는데,

조금은 닝닝하고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코코넛의 맛에 살짝 당황은 하셨지만,

또 코코넛을 마시고 조금 후에 갈증이 쉽게 가신다면서 연이어 코코넛 속 코코넛 음료를 몇 모금 더 마시는 모습이었다.

이 휴게소에서 어머니와 충분히 시간을 가지며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어릴적 이야기, 젊었을 때 살아온 이야기, 또 나를 낳고 키우며 겪으셨던 여러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으며

어머니와 아들이지만 또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친구처럼 웃고 떠들며 여행을 즐겼다.

11월이었지만 다낭의 한 낮은 많이 더웠다.

그리고 많이 습해서 금방 체력이 떨어졌지만 신선한 오렌지 주스와 코코넛 한 모금으로 또 금방 체력을 회복했다.

그렇게 충분히 쉬고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낸 다음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오행산을 내려갔다.

가던 길을 계속 이어 앞으로 가게 되면 처음 오행산에 도책했던 주차장으로 이어진 길로 산을 내려 갈 수도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길을 돌아 처음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런 깊은 산중에 누가 찾아올까 싶었지만

우리가 산을 오르면서도, 그리고 산을 내려가는 중에도 오행산을 탐방하는 관광객들이 꽤 많이 보였다.

다낭 시내에만 머물렀다면 보지 못 했을 산 중 사찰의 모습을 또 이렇게 둘러보게 되어 즐겁고 재밌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엄마였지만

또 이렇게 같이 여행을 다닐 때면 여지 없이 소녀가 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는 것을 다시 깨우쳤던 시간이었다.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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