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저우 공항에 도착해 빠르게 체크인을 하고 게이트로 향했다.
470번 게이트에 도착했을 때 이미 게이트가 열려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이 보였다.
체크인 이후 게이트로 이동하면서 한산했던 국제선 탑승동과 달리, 국제선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470번 게이트에 다 모여 있는 듯했다.
[중국 항저우 공항, 로마행 비행기 체크인하기]
정신 없이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느라 숨을 좀 돌리고 싶었다.
나는 빈 의자 아무 곳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
게이트가 열린 후에도 탑승하는 사람들이 많아 10여분 정도 짬을 얻을 수가 있었다.


내 앞에 앉은 어린 학생의 모습이 귀여워서 사진으로 담아 봤다.
가족과 함께 로마로 여행을 가는 듯 했는데, 분주한 부모님과 달리 어린 학생은 안경을 비스듬히 끼고 핸드폰으로 게임 삼매경이었다.
이탈리아 로마로 가는 즐거움 보다 핸드폰 게임이 저 학생에게는 더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이겠지.
아이가 입은 노란색 바지가 카펫에 있는 노란 꽃모양 무늬와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게이트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정말 비행기를 타고 로마로 향할 차례였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중국을 통해 나는 로마로 향하는 중이었지만,
어쨌든 이 길의 끝에는 로마가 있다는 생각만으로 충분히 설레고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 인천에서 항저우로 이동하고, 무더운 낮 항저우 시내를 거닐었더니 피곤이 몰려오던 참이었다.
비행기에 얼른 올라 잠이나 실컷 자고 싶었다.


55L
천천히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엄청 느긋하게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생각했는데, 비행기 안에는 아직 빈자리가 많았다.
비행기는 에어버스 A330-300 기종이었다.
좌석 배열은 2-4-2 배열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나는 중앙에 복도가 2개 있는 광동체 비행기일 경우, 이렇게 창가에 좌석이 2열이 있는 비행기를 선호한다.
3-3-3 배열일 경우 창가 자리에서 화장실을 갈 때 두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불편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을 가는 장거리 비행에도 화장실 한 번을 안 가고 주로 좌석에 머무는 편이지만, 혹시나 일어서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 2-4-2 배열을 더 선호한다.
나는 창가에 자리를 지정했기 때문에 협동체의 큰 비행기를 타고 로마로 향하면서도 맘 편하게 비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각 좌석에는 쿠션과 담요, 그리고 헤드폰이 포장이 잘 된 채로 놓여 있었다.
깔끔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헤드폰은 음질이 썩 좋지 않아 내가 준비한 헤드폰을 따로 사용했는데, 담요는 너무 부드럽고 보온성이 뛰어나 비행을 하는 동안 참 잘 사용했다.
쿠션은 목이 너무 높아서 따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A330 비행기의 헤드폰 꽂이는 좌석 오른쪽 팔걸이에 위치해 있다.
처음에 꽂는 위치를 몰라 한참을 찾았는데 겨우 찾을 수 있었다.
헤드폰 연결 부분은 2개의 선을 꽂아야 하는 것 같았는데 결국은 사용하지 않은 채로 비행을 했다.


좌석 모니터가 있기는 했지만 컨텐츠가 맘에 드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늦은 밤 시간이었기 때문에, 어떤 영상을 찾아 볼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로 졸음이 몰려 왔다.

비행기는 이륙하고 금방 기내가 어두워졌다.
창문을 따로 내리지 않아도 밖에 어두워 사방에 어둠이 내린 비행기 내부였다.
대부분의 사람이 잠을 청하기도 했지만 나 역시도 너무나 피곤했던 너마지 비행기가 이륙하자 마자 깊은 잠에 빠져버렸던 것 같다.


잠시 눈을 떴을 때, 내 앞 좌석에는 나를 위한 안내 스티커가 하나 붙어 있었는데,
도움이 필요하면 승무원을 불러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안내 스티커는 보통 기내식을 먹지 않고 지나쳤을 때 승무원이 붙여 주는 스티커이다.
이륙 후 시간이 3시간 가량 지난 시점이었는데, 기 사이에 첫 번째 기내식을 줘었나 보다.
기내 불이 켜지고 카트가 지나가는 소리라면 보통 잠에서 깨는 편인데,
헤드폰으로 핸드폰 음악을 들으면서 세상 모르고 잠이 들었었나 보다.
국제선 비행기에서 놓칠 수 없는게 바로 기내식인데, 내가 기내식을 놓치다니!
잠시 혼란스러운 맘이 생겼지만, 그리고 지금이라도 승무원을 불러 내 밥을 달라고 요청하고 싶었지만,
나는 너무나 피곤했고, 더 자고 싶은 맘이 강했다.
지금 당장의 내 수면욕이 식욕을 이기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무렇지 않게 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4시간 정도를 더 깊이 잠들었던 것 같다.
비행기에서, 그것도 이코노미석에서 이렇게 숙면을 취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주 편안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창 밖을 보니 비행기는 아직 구름 위 어디쯤을 날아가는 중이었다.
마침 2번째 기내식을 나눠주려는 모습이 보였는데,
막 잠에서 깬 순간이었지만 두 번째 기내식까지 거르고 싶지는 않았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앞좌석 트레이를 내려 내 식사를 받을 준비를 했다.



2가지 선택사항이 있었는데 나는 닭고기 메뉴를 선택했다.
두반장 소스에 닭고기를 볶은 덮밥이었는데 너무 맛이 좋아서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다 먹어 버렸다.
배가 고팠기도 했지만 맛이 정말 맛있어서 남는 밥이 있으면 하나 더 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다.

기내식은 이정도로 깨끗하게 먹어 줘야 속이 시원하다.
사실 기내식 양은 내 한끼 식사 양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다고 늘 생각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주어진 식사는 깔끔하게 비우는 편이다.

밥을 다 먹고 커피를 한잔 달라고 해서 종이컵으로 커피를 한 잔 받았다.
종이컵 아래 에어차이나(Air China)라고 씌여진 부분이 뭔가 강렬한 기분이 들어 사진을 찍었다.

식사를 마친 후, 2시간 여 후면 로마에 도착할 것 같아 남은 시간 동안은 한국에서 준비해 온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잠을 너무 잘 자서 더 이상 피곤하지는 않았고, 온전히 2시간 동안은 비행을 즐기고 싶었다.
내가 로마를 찾았을 때
차승원 님이 출연하는 예능, ‘형따라 마야로(아홉 개의 열쇠)’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었다.
차승원 님이 이렇게 마야 문명에 진심이셨을 줄이야.
새삼 놀랍기도 하면서 신기해서 재밌게 챙겨 봤던 예능 프로그램이었는데, 로마로 가는 설레는 마음과 프로그램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비행기는 순항고도를 아무런 저항도 없이 순항하는 중이었다.
날이 훤하게 밝은 창 밖에는 하늘과 구름 밖에 없었지만, 이런 풍경은 지금이라야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라 눈에 또 한 가득 담아 두었다.


그렇게 비행기는 하늘을 나르고 날아, 곧 착륙을 앞둔 시점이 되었다.
점점 고도를 낮추고는 땅과 가까워지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하는 건가 싶으면서 다시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이런 떨림과 설렘이 정말 여행이 주는 순기능이지 싶다.

그렇게 비행기는 안전하게, 그 이름마저도 경이로운 로마 피우미치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로마 현지 시간으로 오전 7시 50분 정도 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중국 항저우에서 늦은 저녁에 비행기에 올라, 깊은 잠에 빠져든 후 이른 아침에 일어난 것처럼,
이탈리아에 도착하자 마자 시차 적응을 완벽하게 해 버린 상태였다.

로마에 도착해서 신이 난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긴 비행이었지만, 함께 비행을 했던 많은 사람들 표정이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비행기게 브릿지에 바로 연결되지 않아 버스를 타고 입국장으로 이동해야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지상에 내려 내가 타고 온 비행기의 모습을 바라 볼 수 있다는 점은 또 나쁘지 않았다.



버스에 올라서도 점점 멀어지는 내 비행기를 사진으로 담으며, 긴 시간 나를 태워줘서 고마운 마음과 다시 헤이져야 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이렇게 보니 정말로 큰 비행기였다.
아무 탈 없이 나를 이탈리아로 실어줘서 정말 고마웠다.

이렇게 로마 국제공항의 입국장에 도착을 했다.
현재 시간이 오전 7시 58분,
나는 여기 로마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역대급으로 가장 빠른 입국 수속과 짐을 찾는 경험을 하며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가는 경험을 하는데,
첫 인상부터 아주 인상적이고 친절한 이탈리아 로마의 사람들과 공항 시스템을 경험하며 감명을 받게 되었다.
2023.08.06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