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분히 항저우를 구경했다.
내부를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항저우 임시정부 유적지를 가본 것도 의미가 있었고,
서호의 거대한 호수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래된 항저우 거리, 청하방 옛거리에서 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청하방 거리를 걸으면서 오래전 중국의 골목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여행객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항저우 청하방 거리]

디디(Didi) 택시를 내려 호텔 방으로 올라가는 길에
호텔 로비에서 이제 막 체크인을 하려는 단체 중국인 여행객을 마주쳤다.
낮에 처음 호텔에 왔을 때는 한적한 모습 때문에 적막한 모습마저 감돌던 호텔이
단체 여행객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니 드디어 호텔 다운 모습 같았다.
한번에 여러 방을 체크인 하려면 시간이 한참을 걸리겠거니, 이런 생각이었는데
외국인인 나는 체크인하는데 한참이 걸렀지만 중국인 신분으로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은 쉽게 체크인을 하는 모습이었다.
중국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중국이라는 특수성을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천천히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은 다음
말끔한 모습으로 다시 디디(Didi)를 불러 공항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렇게 잠시 풀었던 캐리어를 차근차근 정리해 두고
천천히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려는데
누군가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호텔 직원이 중국어로 나에게 뭐라뭐라 얘기를 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중국어를 전혀 이해할 수 없어 영어로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 서로가 뜻이 통하지 않아 답답할 뿐이었다.
대충 듣기로는 서둘러 달라는 의미로 들렸는데,
내가 공항에 가야하는 것을 알고 빨리 체크아웃을 해달라는 의미처럼 들렸다.
아무리 중국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체크아웃 시간도 안 되었는데 방을 빼달라는 의미인가?? (내 체크아웃 시간은 엄연히 내일 아침 11시였다.)
갑자기 1층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의 관광객들 모습이 떠올랐다.
방이 부족해서 곧 떠나려는 나에게 빨리 방을 빼달라는 의미였을까

그렇게 느긋하게 떠날 준비를 마치고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했다.
그랬더니 호텔 로비에서 아까 그 직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느긋하게 내려오는 나를 이끌며 빨리 가자며 길을 재촉했다.
알고 보니 호텔에서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있는데, 나 때문에 출발도 못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천천히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셔틀버스라니 !!
택시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도 잠시,
한편으로 나 때문에 출발이 늦어진 셔틀버스 동승객에게 엄청나게 미안한 맘이 생긴 것과 함께
내가 늦게 나온다고 재촉했던 직원을 빨리 방을 빼라는 뜻으로 의심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언어가 안 통해서 생긴 작은 오해였지만 상대반의 선의를 내가 잘 못 이해를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호텔에 처음 올 때부터 공항 셔틀버스가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아무도 안내를 해주지 않았던 호텔 직원의 잘못도 어느 정도는 있지는 않나..?
어쨌든 저녁 10시 30분에 출발 예정이던 셔틀버스는 나 따문에 10시 45분에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다행히 호텔에서 공항까지 그렇게 멀지 않았기 때문에 나를 마지막 승객으로 버스 문을 닫고 출발한 이후 15분을 열심히 달려 저녁 11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던 15분의 시간이 나는 엄청 눈치도 보이면서 미안한 감정이 얽혀 좌불안석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던 동승객들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해주려고 했었던 것 같다.
괜히 호텔 직원을 의심하고 미워했던 맘이 더 미안해지던 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마음은 무겁지만 몸은 편하게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항저우를 떠나 이탈리아 로마로 가야 할 차례였다.
짧았지만 많은 것을 보여주고 내어줬던 항저우에게 감사해 하며, 천천히 공항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내가 셔틀버스를 내렸던 곳이 M 구역(Check-in Area M)이였는데
내가 이용할 에어차이나(Air China)의 체크인 카운터가 있는 곳이었다.
이래저래 셔틀버스의 덕을 많이 봤다.


밤 11시의 항저우 국제공항
엄청나게 붐빌 것이라는 내 예측과 달리, 카운터 앞에서 마주한 공항의 모습은 너무나도 한적했다.
몇 몇의 공항직원을 제외하면 오늘 국제선을 이용해 항저우를 떠나는 사람이 나 하나 뿐인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덕분에 정말 빠르게 체크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내일 00시 50분에 로마로 가는 에어차이나 CA731편
M 카운터에서 체크인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스케쥴 보드를 확인하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 밤, 항저우 공항에서 이륙하는 국제선 마지막 비행기었다.

한산한 공항의 모습이 말해주듯, M 카운터로 가니 체크인을 진행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오후 8시 30분에 카운터가 오픈되었다고 하는데, 11시가 다 되어 가는 이 시간에 이미 체크인을 대부분 완료를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찌되었든, 나는 줄을 하나도 서지 않고 곧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국제산 비행기를 이용하면서 이랬던 적이 있었나 곰곰히 떠올려 봤지만, 내 기억으로 이런 적은 처음인 듯 했다.


에어차이나 티켓은 앞면은 필요한 정보들이 적절히 들어가 있었고
뒷면엔 팬더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470 게이트
목적지(TO)에 로마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FCO)이 표기되어 있었다.
이렇게 항공권의 목적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흥분이 되는 것 같다.


티켓을 들고 국제선 출국장으로 이동했다.
항저우 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 입국장이 거의 파티션 하나로 붙어 있는 듯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항저우(중국)에서 출발하는 홍콩, 마카오, 대만(타이완) 편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국제선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중국과 홍콩 마카오 대만의 관계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듯한 공항의 모습이었다.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를 중국의 영토로 이야기하며 그 곳 사람들의 시민권을 중국으로 귀속시켰지만
그 문화와 체제까지는 통합을 이루지 못 했다.
그래서 홍콩과 마카오는 특별행정구로 지정하고, 그곳의 시민들에게는 여권도 따로 발급을 한다. (물론 중국 여권과 같은 표지에 ‘특별행정구’라는 구분을 둔다.)
그리고 그들의 여권, 특히 홍콩의 여권은 중국 여권과 달리 국제적으로 위상이 남다르다.
홍콩은 169여 개 국을 무비자(15위)로 여행할 수 있다. (헨리앤파트너스, 2025년 기준)
마카오도 142개 국가를 무비자(25위)로 여행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은 66여 개국 뿐(88위)이다. (헨리앤파트너스, 2025년 기준)
홍콩, 마카오도 그럴진대, 대만(타이완)은 말해 뭐할까
이미 중국에서 대만을 가려면 국제선 항공기를 이용하고, 나라를 떠나는 출국(出國)심사를 거쳐야지만 대만으로 입국(入國)할 수 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주장하는 대만과의 관계를 제 3국의 나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계속 두고 볼 일이다.
국내선도 국제선도,
나 말고는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이 거의 없었다.
내가 타고 가는 비행기가 텅텅 비어서 가려는 건가, 누워서 갈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정말 이렇게 한산한 국제선 공항은 처음이었다.



출국심사를 마치고 면세점 거리에 들어섰을 때도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이거 정말 나를 두고, 내가 뭐라고, 짐캐리가 그랬던 것처럼 트루먼쇼라도 찍는건가 싶을 정도로,
혹은 내가 비행기 날짜와 시간을 잘 못 알았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정말 내가 비행기를 놓친 것은 아닌가 해서, 게이트로 이동하면서도 티켓에 찍힌 탑승 시간과 현재 시간을 계속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보통 공항에 도착하면 게이트로 가기 전에 이곳 저곳 공항 안을 구경하며 시간을 쓰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빠르게 470번 게이트로 이동을 했다.

공항은 넓었는데 사람이 없으니 참 공허했다.
그래도 게이트가 가까워져 오니 조금씩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안도가 되었다.
저 앞에 한 두명의 사람들이 여행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에 나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생각해보면 호텔 셔틀버스를 내려 체크인을 하고 입국 수속을 거친 후 게이트에 거의 다다를 때까지 30여 분이 소요되었다.
아직 비행기 출발시간까지 1시간 20분이 남은 시간,
게이트가 열리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시간까지도 40여 분이 남은 시간이지만 나는 게이트에 이미 도착해서 내 비행기를 기다렸다.
밤 늦은 시간이라 공항시설 대부분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딱히 구경할 거리도, 먹거리나 마실거리도 없었다. (그렇게 위안을 삼았다.)
그냥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편이 맘이 편했다.

470번 게이트는 탑승동처럼 생긴 공간으로 반층 내려간 곳에 위치해 있었다. (2.5층 같은 공간)
이 근처에 오니 나랑 같은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게이트 앞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마치 헤어졌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혼자 반가움이 생겼다.
여기 오는 동안 만나지 못 했던 사람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으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아직 탑승 시간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았지만 빠르게 비행기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미리 줄을 서서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다시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여름 휴가를 유럽에서 보내기 위한 첫 번째 과정,
중국 항저우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비행을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202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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