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에 짐만 내려두고 바로 호텔을 빠져나와 택시를 탔다.
한국에서 알리페이를 미리 준비를 해온 덕분에 호텔 앞으로 택시를 부르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
중구에서 알리페이를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6년 상하이를 방문했었을 때에는 한국에서 환전을 해 간 위안화 현금을 사용했었다.
7년이 지난 시점에, 여러 모로 중국은 많이 변했고 또 발전해 있었다.
중국을 이미 다녀 간 여러 선배 여행가들의 후기를 참고해서 알리페이를 준비해 온 것은 참 잘한 것 같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더욱이 이번에는 하나은행해서 출시한 여행 전문 카드인 ‘트래블로그체크카드’를 활용해 수수료 없이 온라인상으로 환전과 카드 사용이 가능했다.
덕분에 나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단하게 호텔 앞으로 디디(DiDi)를 불러 항저우 시내로 이동할 수 있었다.
공항 근처로 호텔을 잡았기 때문에 공항과 호텔은 거리가 가까웠지만, 어쩔 수 없이은 시내까지는 거리가 많이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시내까지 1시간 정도를 이동해야 했다.
디디를 이용해 내 목적지를 미리 입력했었기 때문에 택시를 타서도 따로 목적지를 얘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중국어를 전혀 할 수 없는 나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편하게 택시를 탈 수 있는 이 현실에 안도했다.

그럼에도 이동을 하면서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님이 간간히 나에게 중국어로 대화를 걸어주셨는데,
나는 중국어를 하지 못 했고, 기사님은 영어나 한국어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핸드폰 번역기를 통해 몇 번 대화를 주고 받았지만 대화가 원활하지 못 했다.
1시간을 이동하면서 처음 몇 마디를 주고 받은 것 말고는 특별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대화를 못 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는 1시간 동안 이동하면서 항저우의 도심을 관광하듯 조망할 수 있었다.
기사님도 나와의 대화가 별로 재미가 없었는지, 운전하는 동안 스피커폰으로 지인과 통화를 하면서 운전을 하는 모습이셨다.
조금 조용히 이동을 하고 싶었던 내 바람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이 모습마저도 중국 스러웠고, 그래서 여행을 떠나온 것을 체감할 수도 있었다.
내가 놀랬던 것은
중국의 도시는 모두 정돈되지 않고 정리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 편견과 달리, 도로가 엄청 깨끗하고 뭔가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큰 거리라서 더욱 그렇게 잘 보이려고 노력한 모습도 있었겠지만 전반적인 도로으 풍경이 깔끔해 보였다.
그리고 내가 이용했던 차량은 전기차였는데,
이제 막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하기 시작한 전기차를 타보게 되었다는 신기함도 잠시,
차량의 성능이 워낙 우수해서 나는 계속 놀라고 놀라고 또 놀라면서 도심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 중국의 네비에는 붉은 신호등과 초록 신호등의 신호 길이를 네비에서 확인할 수가 있었는데,
초록 불이 남은 시간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빨간 불이 언제 바뀔지 초 단위로 시간을 네비에 보여주는 모습이
성격 급한 나 같은 운전자에게는 정말 필요한 기능이 아닌가 생각했다.
나는 이번 여름 휴가를 다녀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의 T맵에서도,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 이 기능을 제공해주는 것을 보고 참 만족스러워 했었다.
내가 탄 차량 외에도 도로 위에는 전기차와 전기 오토바이들이 꽤 많이 보였는데,
내수 시장이 큰 중국에서 이렇게 많은 전기차와 오토바이가 소비되고 또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평가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중국에서 전기차를 이용하는 경험은 나쁘지 않았다.



거리가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모습, 그리고 성능 좋은 전기차가 자연스럽게 시내를 달리는 모습이 내가 가진 항저우의 첫 인상이었다.
항저우가 중국에서도 큰 도시라서 그런거겠거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저편 확대가 시급한 한국 내 전기차 시장이 조금은 우려되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지난 상하이 여행에 이어 이번 항저우 여행에서도 중국이라는 편견을 깨 부수고 새로운 기억을 각인시킬 수가 있었다.

예상대로 1시간 여를 달려 항저우 시내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한 곳은 항저우 도심에 있는 큰 호수, 서호(西湖)라고 하는 호수 근처였다.
이곳을 목적지로 정한 이유는, 항저우에 머무는 짧은 시간에도 꼭 방문해 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항에서의 입국시간과 호텔에서 체크인에 소비한 시간을 예상하지 못 해, 처음 예정했던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택시에서 내린 후 시내를 조금 걸어 목적지 쪽으로 이동했다.


8월 중순의 항저우는 엄청 무덥고 습했다.
가로수 그늘 아래에서 햇볕을 피해 가만히 서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흘러 내릴 정도의 한여름 날씨였다.
이 날씨에 어떻게 자전거를 탈 수가 있나 싶겠지만 도심의 교통체증을 눈으로 직접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생각보다 공유 자전거를 이용해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도로 위에도 자전거를 위한 전용 도로를 만들어 둘만큼 항저우, 아니 중국은 자전거에 진심인 것 같았다.



토요일 오후, 휴일을 맞아 거리에는 차도, 사람도 참 많았다.
햇볕은 서쪽으로 멀리 떨어져 도로 위로 길다란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항저우 사람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밝은 표정으로 도심을 거닐고 있었다.


저기 멀리 항저우에서 나의 첫번째 목적지가 눈에 들어왔다.
항저우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
늦은 시간이었지만 꼭 방문해보고 싶었던 장소였다.
내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입장 가능한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그럼에도 꼭 와보고 싶었던 곳 중 한 곳이었다.


기념관이 점점 가까워오니 건물 외관이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랬다.
항저우 도심 한 가운데 주변 건물과는 사뭇 다른 오래된 건물이 우뚝 솟이 있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한 편으로 중국에서 이 귀한 땅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물을 허물지 않고 이렇게 보존해 뒀다는 것에 감사해 했다.


항저우 대한민국 임시정부
관람시간 : 09시 00분 ~ 16시 30분
그렇게 항저우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 앞에 도착했다.
보통 대한민국임시정부라고 하면 중국 상하이에 있는 임시정부를 떠올린다.
하지만 중국에만 해도 상하이(상해) 이외 항저우(항주), 류저우(류주), 광저우(광주), 충칭(중경)에 임시정부를 수립했었다.
하지만 도산 안창호의 중재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임시정부와 경성(옛, 서울) 임시정부, 그리고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 세 곳이 대표 임시정부로 활동을 했었다.
이곳 항저우 임시정부는 일제가 상하이 임시정부의 감시망을 강화하자 내륙으로 그 위치를 옮기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대한민국 임시정부였다.
항저우 이후에도 일본의 감시망을 피해 전장, 창사, 광저우, 루저우, 지장, 충칭 순으로 이동을 했었다.
상하이 임시정부 (1919년 ~ 1932년)
창사(장정) 임시정부 (1932~1940년)
충칭 임시정부 (1940~1945년)


건물 가까이에 가 보니, 이곳이 대한민구 임시정부임을 소개하는 현판을 볼 수 있었다.
항저우의 역사적인 건물임을 보여주는 안내문구가 보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물이기도 하지만, 항저우 서호 지역에 오래 전부터 있었던 전통 가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 있는 또 다른 현판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옛 건물을 알려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독립운동의 옛터
중국에 남아 있는 대한민국의 오래 전 흔적, 100여 년 전 아프고 힘든 기억을 간직한 곳이다.
항저우에 짧게 머물더라도 시간을 내어 와 보고 싶었다.



건물 입구에는 항저우 대한민국임시정부 현판이 걸려 있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항주(항저우)유적지기념관
이 현판을 보니 이 건물이 분명 우리 대한민국에, 그리고 우리 한국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듯하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 기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당시에 강제로 나라를 빼앗겼었지만, 해외에서라도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던 그 마음과 정신이 느껴지는 듯 했다.

내가 이곳을 방문한 시간은 오후 5시 30분이 막 지나는 시간이었다.
본래 계획은 이곳의 내부에 방문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 흔적을 따라가 보는 것이었는데
임시정부 개관시간은 오후 4시 30분까지로,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입장이 불가했다.



결국 나는 멀리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물의 외부를 둘러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래도 이곳에 와 봤다는 것에 만족했다.
언젠가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겠지,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 위안을 뒀다.



나는 임시정부 건물을 뒤로하고 서호(西湖)로 이동했다.
건물을 돌아 걸으면서도 아쉬운 마음에 계속해서 발걸음을 멈추고 건물 외관을 구경했다.
아쉬운 내 마음과 달리 항저우 시민들은 모두 밝은 표정으로 도심을 걸으며 나를 스쳐 지나갔다.


걸음을 옮기면서 임시정부 기념관 외관을 바라보는데, 임시정부 건물의 또 다른 출입문이 보였다.
굳게 닫혀 있었지만 쇠창으로 된 문 사이로 건물 내부가 조금 보이기도 했다.
아쉬운따나, 그 내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임시정부를 방문한 것을 대신하기로 했다.


서호 주면은 항저우 사람들도 많이 찾는 관광지 같았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그리고 연인끼리 서호 주편을 걸으며 웃고 얘기하고 또 맛있는 것도 먹는 모습이었다.
호수가 가까워 오자 내 앞으로 한푸를 입은 여성분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경복궁에 한복을 입고 방문하듯이, 주말에 항저우 유명 관광지를 한푸를 입고 걷는 모습이었다.
한푸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바람에 나풀나풀 거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한푸와 한복은 옷의 구성이나 디자인에서 너무나도 다른 옷이었다.
한복은 저고리는 폭이 좁게, 그리고 치마의 폭을 넓게 해서 안정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우아한 면이 있다면
한푸는 어깨에서부터 내려오는 원피스 같은 긴 옷을 걸쳐 몸 던체가 몸동작이나 아니면 바람에 흩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 객관적으로 봐도 한복이 훨씬 더 아름답고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멋이 있는 옷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주관을 섞어 엄청 객관적으로 평가를 내려봤다.
나는 그렇게 속으로 한국과 중국의 문화를 비교하면서도 칼 같이 선을 그을 건 그어가면서 서호로 이동을 했다.
항저우 임시정부 내부를 관람하지 못 한 마음은 아쉬운대로 남겨두고, 정말 얼마 남지 않은 항저우에서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했다.
202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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