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11)] 세부퍼시픽을 타고 마닐라에서 인천으로

마닐라 국제공항, 세부퍼시픽

[필리핀(11)] 세부퍼시픽을 타고 마닐라에서 인천으로

국외여행/필리핀 Philippines


마닐라 코리아타운에서 충분히 마닐라의 저녁을 즐기고 다시 마닐라 SM몰로 돌아왔다.
더 늦기 전에 이곳에 맡겨 둔 짐을 찾아 공항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어제 저녁,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방문했던 SM몰이었기 때문에 캐리어를 찾으러 다시 SM몰을 찾았을 때에는 많이 익숙한 모습이었다.
어렵지 않게 몰 내부로 이동해 짐을 맡겨 둔 곳으로 이동했다.

마닐라 여행을 마치고 이곳을 떠나야 하는 아쉬운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SM몰 외부에는 화려한 조명이 내 발길을 붙들고 있었다.
시원스럽게 솟아 오르는 분수의 모습도, 이제는 내 맘에 여유가 없어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평일, 저녁 8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어제 주말 저녁에 몰에서 봤던 수 많은 사람들과 또 그들이 만들어 내는 번잡함이라고는 없는 고요한 몰의모습이었다.
어제 저녁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게 치이고 보니, 이처럼 한산한 SM몰이 오히려 어색하게 다가왔다.
그래도 그 덕에 어제는 볼 수 없었던 몰 내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트랜스포머의 범블비에 나는 시선이 꽂히기도 했는데
애나 어른이나, 남자들에게 로보트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한쪽에 양궁실내체험장이 있어서 눈길 가기도 했다.
자주 얘기하는 것이지만, 내 취미가 국궁 활쏘기인데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이곳에서 양궁체험을 해보고도 싶었다.
이런 모습도 몰이 한가해서 보여지는 풍경이고 감상이었다.

낮에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이정표를 따라 가는 것도 힘들었었는데 이제는 크게 어렵지 않게 캐리어 보관소를 찾을 수 있었다.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곳을 이정표 삼아 헤매지 않고, 길을 잃지 않고 잘 찾아 갔다.
그리고는 낮에 받은 짐표를 보여주고 빠르게 캐리어를 돌려 받았다.

짐을 찾아 몰을 나가는데,
몰 입구에 쉑쉑버거(Shake Shack Burger)매장이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도, 그리고 어디 어행 중 쉑쉑버거를 만나면 런던에서 처음 맛봤던 그 쉑쉑버거가 늘 떠오른다.

이렇게 여행을 다니다 보면 내 의지와는 다르게 과거의 추억과 기억을 마주할 때가 있다.
일상에 젖어 있다가도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그때의 추억과 기억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SM몰에서 그랩을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평일이라 그랩을 잡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일부러 마닐라의 마지막 숙소는 일정을 고려해서 캐리어를 쉽게 맡길 수 있는 곳으로, 그리고 공항과 가까운 곳으로 정했었다.
그래서 SM몰에서 공항까지 이동하면서도 시간에 크게 쫓기지 않아서 좋았다.

조금 여유있게 공항에 도착을 했더니 사람이 많지 않아서 빠르게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돌아가는 비행기편은 내일 새벽 1시 50분에 출발하는 세부퍼시픽(Cebu Pacific), SJ186편이었다.
지금 시간이 오후 10시 12분, 빨라도 너무 빨리 공항에 도착을 했다.
표시된 비행 스케쥴대로라면, 우리가 타고 가는 비행이가 오늘 밤 마닐라 공항의 마지막 비행편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빠르게 체크인을 하고 티켓을 받았다.
마닐라를 여행했지만 세부까지 함께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름이 참 반가운 세부 퍼시픽이었다.
너무 이른 체크인 덕분인지,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게이트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티켓이었다.

한산했던 카운터와 달리 입국장은 많은 사람이 모여서 혼잡했다.
여유를 두고 공항에 왔던 덕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도 비행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출국장에 들어서고, 출국심사를 마치고 나와서야 우리가 타고갈 비행기가 있는 게이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게이트는 101번 게이트인데, 이정표에 현 위치에서 게이트까지의 대략적인 도보시간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

가장 멀리 떨어진 게이트가 107번 게이트인 것 같은데, 도보로 10분이 넘게 걸리는 엄청나게 먼 거리에 있는 게이트였다.
내가 찾아 가야 했던 101번 게이트도 8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이 그렇게 크다고 느껴지지 않았는데 출국심사를 마치고 게이트로 이동하다 보니 규모가 꽤 큰 공항인 것이 느껴졌다.
가로로 길게 뻗은 길을 따라 내 게이트를 찾아 이동하면서 부지런히 길을 걸어야 했다.
중간 중간 보이는 한국어가 반가웠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공항의 여러 상점들이 문을 활짝 열어두고 밤늦은 시간 여행길에 오른 손님들을 맞아주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컵라면이라도 하나 먹고 싶었는데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고 내일 아침에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한식을 먹자며, 억지를 부려 참기로 했다.

비행시간이 남아서 천천히 가장 안쪽에 위치한 107번 게이트까지 걸어봤다.
사람 구경도 하고 공항구경도 하면서 그렇게 내가 타고 갈 비행기를 기다렸다.

101번 게이트 앞
여행을 시작할 때도 그렇지만, 여행을 끝내고 이렇게 집으로 가는 길에도 공항 게이트 앞에 앉아 내가 타고 갈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다.
나는 비행기 탑승시간이 가까워 오면, 이렇게 게이트 옆 창가에 서서 내가 타고 갈 비행기와 사진도 찍고 손을 들어 인사를 나누고는 한다.
그러면 뭔가 비행기와 교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탑승시간에 가까워 오자, 여지 없이 게이트가 열리고 탑승을 안내하는 안내멘트가 들렸다.
그렇게 순서대로 게이트를 지나 비행기로 향하는 브릿지에 오르면 이제 정말 집으로 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때서야 나는 낯선 여행지에서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경계심과 긴장을 조금을 완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국내선이든 국제선이든

브릿지가 없는 비행기를 탈 때면 뭔가 반쪽짜리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 아쉬움이 늘 있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어둡고 좁은 통로를 지나 현실과 영화속 세상을 구분 짓는 것처럼,

비행기의 브릿지는 내가 있는 ‘이곳’과 상상이 현실이 되는 ‘저곳’을 연결하는, 말 그대로 세상을 연결하는 브릿지(Bridge)인 셈이다.

브릿지를 건너 비행기를 타면
그래서 좀 더 몰입감을 갖고 여행길을 떠나고, 또 돌아올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빠르게 내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벨트를 척척 착용하고는 빠르게 몸을 기대어 잠을 청했다.
옆 자리에 누가 왔었는지, 비행기가 어떻게 이륙을 하고 비행을 했는지도 쉽게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비행기에서 빠르게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7시쯤에 인천공항에 도착을 했는데 나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을 하면서 만들었던 진동에 억지로 잠이 깨었다.
그리고 활주로에서 게이트로 이동하는 동안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비행기가 게이트에 정박하고 비행기를 내리면서 발 앞에 놓인 브릿지의 모습에 정말 ‘이곳’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브릿지를 건너며, 브릿지 창 밖으로 보이는 세부퍼시픽 비행기 외관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제 이 브릿지를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조금의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서 쉽게 브릿지를 나서기가 싫었다.

그렇게 안전히, 그리고 즐겁게 마닐라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필리핀을, 아니면 마닐라를 다시 여행으로 갈 일이 있을까, 당장 답을 할 수는 없겠지만

우연히 길에서 쉑쉑버거를 만나 런던 여행을 떠올렸 듯이, 나는 또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든 이번 마닐라 여행을 추억하며 떠올릴지도 모른다.

바로 답을 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이 재미 없었고 무료하기까지 했던 마닐라을 추억할 날이 있겠지
그러다 못 이기는 척 다시 또 마닐라로 향하는 날도 있겠지.

20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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