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헬리스에 와서 실탄사격을 재밌게 하고 낮 시간을 충분히 재밌게 보냈다.
실제 사격시간은 짧았지만, 아직 사격을 할 때 탄환이 총을 밀고 나가면서 내 몸을 흔들었던 반동이 어깨에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현재 취미로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 국궁을 즐겨하고 있는데, 확실히 활쏘기와는 다른 매력이 총쏘기에는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살상이 주 목적인 총쏘기, 실탄사격과는 달리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즐겨하던 활쏘기가
지금의 나에게는 잘 맞는 취미활동인 것 같아서, 실탄사격을 하고 나오면서 총쏘기와 활쏘기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비교도 해보고는 했다.
[앙헬레스 실탄사격 해보기]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 국궁]
클락 실탄사격장은 시내에서 멀지 않아 이동하기도 좋았고, 사격을 끝내고 시내 중심가에 있는 숙소로 이동하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숙소 체크인 가능한 시간대가 되어 사격장에서 그랩을 타고 미리 예약해 둔 숙소에 도착했다.
조용한 숙소를 찾는다고 찾았던 것이 주택가 안에 꽁꽁 숨어 있어 정확한 주소지에 맞춰 차에서 내렸지만 바로 숙소 건물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어렵게 집 주인과 연락이 닿아 입구 사진을 보낸 후 숙소를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들어선 집의 마당에는 관리가 잘 된 수영장이 놓여 있었는데,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이곳에서 수영을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수영장 주변으로는 작은 방들이 모여 수영장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아담한 수영장과 참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실내 벽을 노랗게 칠해 둔 모습이 수영장의 파란색과 대비되어 인상적이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짐만 놓은 후에 바로 시내로 나왔다.
딱히 다음 일정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숙소에서만 시간을 보내기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번 필리핀 여행이, 휴일이라고 무작정 떠나 온 이번 마닐라 행이 저렴한 비행기 삯에 나도 모르게 그냥 결제하고 보자식의 막무가내 여행이다 보니,
여행을 적잖이 다녔던 나지만, 이렇게 정해진 일정 없이 여행을 하는 것도 정말 처음이었다.
그래도 천천히 도심을 걸으며 구경을 하는 것도 여행인 것 같아 이렇게 밖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복잡한 길거리, 정리되지 않은 교통흐름과 또 그 속에서 적절한 규칙을 찾아 움직이는 모습이 낯설고 색달라서 어찌됐든 여행을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앙헬레스의 낮은 정말 무더웠고 햇볕은 따가웠다.
햇볕을 피해 그늘로만 걸음을 옮기며 시내를 구경했지만 건물이 만들어 내는 그늘만으로는 더위를 피하는게 여의치 않았다.
내가 잡은 숙소가 클락 SM몰 맞은 편, 주택가였는데 알고보니 그곳엔 한국 식당이 많이 위치한 곳이었다.
앙헬레스에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더니 그런 한국사람들을 위해 한국식당도 많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시국을 지나오는 동안 어떻게 그래도 가게를 잘 운영해주셨는지, 내가 방문했을 시기에도 성황리에 영업 중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익숙한 한글, 한식 메뉴를 보니 급하면 한식을 먹어도 될 것 같은 생각에 그냥 막 든든하고 배부르고 안심이 되고 그랬다.


오후 4시 30분이 지나는 시간
저녁을 먹기에는 조금 일렀고, 그렇다고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여기 근처에서 현지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길을 걸으며 한국 식당을 많이 봤지만, 이왕 필리핀에 왔으니 한식 보다는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을 먹기 위해 어느 골목에 있는 작은 식당을 찾았다.
햇볕을 피해 골목에 리어카 식으로 푸트트럭이 놓여 있어서 이용해 보기로 했다.




역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푸드코트는 음식 종류도 많고 저렴했다.
맛만 좋으면 딱일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무엇을 먹을까 메뉴를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메뉴를 보니 사일로그 Silog종류를 파는 푸드트럭 같았다.
사일로그는 마늘을 넣어 볶은 밥과 함께 고기, 삶은 계란과 같은 반찬을 함께 먹는 필리핀의 대중적인 식사다.
그런데 메뉴도 메뉴지만, 가격이 너무나 착하다.
메인 메뉴 하나에 65~85페소 정도, 한화로 1,500원~2,000원 정도 하는 저렴한 가격이다.
음료를 함께 주문하더라도 정말 저렴하게 한끼를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인상 좋은 사장님 부부가 선배와 나를 보더니 친절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주셨다.
밥을 먹겠다고 했더니 테이블에 앉으라며 자리를 안내해 주시고,
밥과 음료를 주문하니 자리에서 바로 요리를 해주시는게 음식 맛을 안 봐도 음식이 맛있을 것 같은 맛집이 분명했다.


정갈한 테이블 모습
간단한 양념장과 컵이 놓여 있었다.
기호에 따라 양념이나 고추, 라임을 넣어 먹을 수 있게 해두었다.


나는 소고기 사일로그(Beaf Silog)를 주문했다.
차림이 엄청 화려하지는 않지만 반숙 계란 하나와 소고기 구이 조각을 함께 내어주셨다.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달리 밥은 그냥 흰쌀밥이었다.
동남아에서 많이 볼수 있는 길죽한 쌀밥, 인다카 쌀이었다.

음료는 레몬 라임 스프라이트를 주문했다.
밥을 먹고 느끼함을 씻어줄 것 같았다.
무더운 날씨에 외부에서 밥을 먹어도 스프라이트 한 모금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그릇까지 싹싹 긁어 사일로그를 모두 다 먹어버렸다.
화려하진 않아도 이렇게 깔끔하게 먹고 나면 잔반이 남지 않아 오히려 좋다.
맛은 그저 그런 맛이었는데, 그마저도 크게 자극적이지 않아서 괜찮았다.
필리핀 사람들이 먹는 간단하면서도 깔끔한 사일로그 한 끼었다.


밥을 다 먹었는데, 바로 옆에 있는 푸드트럭의 음식 맛도 궁금해졌다.
사실 나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기도 했는데, 같이 여행 중인 선배가 옆 집에 가서 한끼 더 먹어보자면 나를 이끌었다.
이왕 푸드트럭이 모여 있는 골목에 왔으니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자는 의도였다.
배가 고프고 안 고프고를 떠나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싶은 마음은 같았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푸드트럭을 찾아서 그 곳의 메인 메뉴를 주문했다.

비슷하게 사일로그(Silog) 메뉴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한 번 먹어 봤다고, 금방 메뉴가 익숙해 졌다.
주저 없이 두 번째 메뉴를 주문했고, 사장님이 우리 주문을 받고 재빠르게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셨다.


선배는 치킨 사일로그를 주문했고, 나는 다시 한번 소고기 사일로그를 주문했다.
금방 후딱 후다닥 음식을 만들어 내어주셨는데, 앞서 먹었던 사일로그보다 구성이, 비쥬얼이 조금 더 괜찮았다.
내가 알고 있는 사일로그의 모습, 마늘 볶음밥과 소고기 반찬이었다.
그리고 소고기도 잘게 썰어 먹기 좋게 양념을 해서 볶아주셨다.

나는 또 이곳에서, 배가 안 고프다는 말이 무색하게 아주 싹싹 긁어 두 번째 사일로그를 먹어 없앴다.
첫 번째 보다는 두 번째 식사가 나에게는 조금 더 입에 맞았다.
사일로그를 두 그릇 먹었더니 뭔가 더 필리핀에 가까워진 것 같았다.
필리핀 사람들은 이런 음시글 먹는거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또 이렇게 두 끼를 연속으로 먹는 호사를 누리며,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한끼를 나는 호기심으로 이렇게 포식을 했던 것 같다.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시내를 다시 천천히 걸었다.
배가 불러서 그런지 아까보다는 발걸음이 늦어졌다.
늘어지는 내 발걸음 만큼이나 마지막을 향해가는 오늘의 햇살도 나를 따라 길게 축 늘어진 모습이었다.
오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한여름의 햇변을 여운이 길었다.
하지만 저녁에 가까울수록 더위는 가셨고, 길 위에 관광객이 많이 확실이 많이 보였다.
선배와 나는 어느 스포츠 바에 들어가 느긋하게 저녁을 맞이해 보기로 했다.
딱히 목적지는 없었고,
그래서 시간과 장소에 쫒기지 않아 좋았다.
길가에 있는 큰 스포츠 바로 흘러들어 산미구엘 맥주를 한 병 주문했다.
천천히 맥주를 들어 마시는데 목을 타고 넘어가는 맥주의 알싸함과 시큼함이 맘에 들었다.
나는 한국에서는 술을 안 마시지만, 이렇게 여행 중에는 하루에 맥주 1잔 혹은 1병 혹은 1캔 정도로 여행을 즐기고는 한다.

밤이 찾아 올 수록 우리가 앉은 스포츠 바 앞으로 관광객이 엄청 많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여기가 이렇게 번화가였나, 싶은 생각과 함께 눈 앞에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맥주를 마셨다.
알고 보니, 내가 찾았던 앙헬레스의 SM몰 맞은편이 필리핀에서도 유명한 유흥가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 정보와 함께 길거리를 감상하니 이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래서 저녁에 가까올수록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던 것이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앙할레스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밤을 맞이 했다.
나는 이렇게 여유롭게 맥주나 마시면서 또 한가로이 필리핀에서의 첫 번째 저녁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20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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