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이 되니 코로나 때문에 주춤했던 여행 경기가 활성화 되는 것이 체감이 되었다.
없어졌던 해외 노선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항공권 가격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었다.
나도 2023년을 보내며 새로운 여행기회를 계속 찾아 보던 과정에서,
최근 해외여행이 다시 활성화된 것도 된 것이지만, 여행을 하는 과정과 방법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이 여행지에 가서 사용하게 되는 그 나라의 돈, 화폐와 관련해서 환전방식에 대한 변화였는데,
이전에는 여행 목적지가 정해지면 일정을 짜고 필요한 경비를 미리 감안해서 여행 전에 미리미리 환전을 해 현금을 가지고 여행을 갔었다.
그래서 자주 이용하는 은행에서 환전 수수료도 절약하고, 여행 국가 화폐를 직접 손에 들고 여행가는 설레임 마저 같이 느껴보는 재미도 가져보고는 했다.
그런데 그런 환전을 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부담되었던 것은, 물론 매일매일 변하는 환율도 있지만, 은행에 지불해야 하는 환전수수료였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런데 이제는 환전 수수료, ATM 출금 수수료는 물론이고, 현지에서 카드결제 때 발생하는 결제수수료가 무료인 카드가 등장을 했다고 해서 나도 신청을 했다.
거기에다 교통카드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카드 하나만 가지고 여행을 가면 수수료 걱정이 없는 것을 넘어, 엄청 편리하고 간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신청한 카드는 하나은행의 트래블로그카드 체크카드인데,
몇 가지 카드 문양 중 나는 한국의 여권이미지가 있는 파란색 카드를 선택했다.
비자(VISA)가 조금 더 사용 범위가 넓을 것 같아서 VISA 카드를 신청하려 했는데, 처음 이 카드가 시장에 나왔을 때는 마스터(Master)만 선택이 가능했다..
(2025년 싱가포르를 여행하면서 VISA 카드도 제휴가 되어 신청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 다음 여행지인 베이징 여행에 VISA 카드와 병행해서 잘 사용하였다.)
이제 환전을 하면서 내야 했던 수수료가 줄어들고, 또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어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었다.
통신과 인터넷의 발달로 ‘거래비용’이 감소하는 현상, 경제발전의 아주 긍정적인 효과를 듬뿍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카드를 직접 실전에 사용하며 여행의 편리를 체감했던 여행이 이번 필리핀 마닐라 여행이었다.
나는 해외여행 경험 중 처음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은행에서 현금 환전을 단 1원도 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하나카드 광고 아님)


6월 2일 금요일 저녁,
사무실 업무가 끝나자 마자 집으로 와서 얼른 여행 짐을 꾸렸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이어 다음 주 월요일 하루 연차를 적용해 화요일 현충일까지, 총 4일의 연휴가 생겼다.
(우리 회사는 징검다리 업무일은 전사 연차를 사용해 휴무를 적용한다.)
그렇게 3박 4일의 짧은 필리핀, 마닐라 여행을 계획했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공항까지 지하철과 공항철도를 이용해 이동을 했다.

서울 집에서 인천공항이 그렇게 멀지 않고, 또 내 차는 인천공항에서 주차비가 반값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어 차를 직접 몰아 공항에 가기도 하지만
연휴라 공항 주차장에 주차하기가 복잡할 것 같기도 했고, 또 내 스스로가 이렇게 지하철+공항철도 조합을 좋아해 자주 이용하기도 했다.
확실히 차를 이용해 공항에 갈 때보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여기 지하철에서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 벌써부터 들뜬 기분을 누릴 수 있다.


금요일 늦은 퇴근시간
9호선과 공항철도를 갈아타는 동안, 퇴근 길을 마주한 사람들은 계양과 검안을 지나오면서 대부분 지하철에서 내리고 지하철 내는 금방 한산해졌다.
나처름 연휴 시작하는 날, 늦은 시간에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까지 가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저녁 늦은 시간 비행기를 이용하면 이런 한가함도 경험할 수 있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도착했다.
카운터가 있는 공항건물로 이동하는 곳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 한산했다.
천천히 케리어를 끌고 이동을 하면서도 조금은 어두운, 그리고 너무나도 한가한 공항을 충분히 만끽했다.


인천공항에 오면 꼭 스쳐 가는 곳,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내 비행기를 한번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 남긴다.
내 비행기는 밤 12시 45분, 인천에서 마닐라로 가는 세부퍼시픽 5J187편 비행기다.
체크인 카운터는 N01부터 N07번까지
이렇게 확인하고 나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는 것 같다.


인천공항 1 터미널로 향하는 무빙워크
여기를 지날 때 가만히 서서 이동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빨리 비행기를 타고 싶은 마음과 여행을 간다는 설레임으로 항상 이곳을 지날 때면 무거운 캐리어를 끌며, 밀며, 뛰어가듯 걸으며 이동했던 것 같다.
빨리 간다고 비행기를 빨리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간에 쫒기는 것도 아닌데
이곳에 가만히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여행을 간다는 것은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이다.

이번 마닐라 여행이 예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여행지는 사실 아니었다.
연휴 동안 여행 계획을 세우며 가고 싶었던 도시들을 가기 위해 항공권을 검색하던 중,
현충일 연휴에도 좋은 시간대와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던 것이 세부퍼시픽이었다.
필리핀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도 했고, 그래서 갑자기 마닐라라는 도시를 경험해보고 싶어 마닐라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세부퍼시픽은 필리핀의 저비용 항공사다.
필리핀에서는 국내선 점유율 1위를 달릴 만큼 인지도가 있는 항공사다.
저비용 항공사 중에서도 더더더 저렴한 저비용 항공사인데, 그래서 이 황금연휴에도 엄청 저렴하게 인천-마닐라 왕복 항공권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할 때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기내식과 음료 서비스를 받을 수없다는 점 외에도 공항을 이용할 때 카운터 배치나 게이트 위치, 그리고 이륙할 때 우선순위에서도 차순위로 지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내가 이용했던 N 카운터도 저비용 항공사라서 가장 구석으로 배정을 해준 것 같았다.
N 카운터는 인천 공항 한쪽 끝에 위치해 있었다.


카운터에는 체크인을 하려는 사람들이 이미 많이 모여 있었다.
사람들의 짐을 둘러보니 다들 스쿠버다이빙을 위한 장비들을 하나씩 챙겨온 것이 보였다.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며 앞뒤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마닐라에서 바로 필리핀 국내선 비행기로 환승해 세부와 같은 마닐라 주변 섬으로 이동을 할 계획들이었다.
필리핀이 섬이 많고 물이 깨끗해 다이빙으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준비해 온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를 누비려는 계획들인것 같았다.
필리핀 국내선 점유율 1위 항공사,
세부퍼시픽은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저렴하게 모객을 한 다음 필리핀 내부에서도 같은 세부퍼시픽 비행기를 이용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노선을 정해둔 모양이다.
이번 마닐라 여행은 나와 학교 선배 1명과 같이 하기로 했는데,
우리는 필리핀 마닐라를 최종 목적지를 정했지만 이 비행기에서 마닐라가 최종 목저지인 사람은 선배와 나, 단 둘 뿐이었을 것 같다.

무리 없이 체크인을 하고 늦은 저녁을 공항에서 먹었다.
지하 1층에 푸드코트가 있어 돼지김치찌개를 얼큰하게 챙겨 먹었다.
저가 항공 세부퍼시픽은 국제선이라도 당연히 기내식을 내어 주지 않는다.
그 생각으로 비행기를 타기 전에 남김 없이 밥과 찌개를 싹싹 긁어 먹었다.


저녁을 든든히 먹고 게이트로 이동했다.
109번 게이트, 출국수속을 했던 건물에서 탑승동이 있는 건물로 셔틀기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 했다.
이렇게 탑승동이 있는 건물로 게이트가 배정된 것도 아마 저가항공이라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탑승동으로 이동을 하는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저렴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데, 이런 이동 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새벽 00시 45분
그리고 보딩패스, 티켓에 표시되어 있는 탑승 시간은 00시00분이었다.
그런데 00시 20분이 넘어가는데도 비행기가 게이트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안내방송을 들어보니, 마닐라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지연 출발을 했기 때문에 인천에 도착이 늦어지는 것 같았다.
아마 이곳에서 여행객을 내려주고 우리를 실어 바로 마닐라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운항이 되려나 보다.


00시 40분, 출발시간 5분을 남기고 드디어 모습을 보인 세부퍼시픽이었다.
저가 항공이라 구석탱이 체크인 카운터와 아주 멀리 떨어진 게이트 배정, 그리고 이정도의 지연도 너그럽게 봐줄만 했다.
하는 수 없이 천천히 비행기의 내부 정비가 되는 모습을 이렇게 창가에 서서 지켜볼 수 밖에.


새벽 1시 30분, 본래 출발시간 보다 거의 1시간이 늦은 시간에 게이트가 열리고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다행히 새벽 비행이었고, 마닐라에 본래 새벽 4시 5분 도착 예정이었던 비행이라 마닐라에 도착해서도 급하게 해야 할 일정이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일들이 너그럽게 다가오기도 했다.
이게 여행이다, 싶은 생각을 하며 충분히 시간을 즐겼다.



저가항공이었지만 좌석 넓이는 꽤나 널널했다.
내 키가 작기도 했지만, 내 옆에 앉은 키가 큰 선배에게도 크게 갑갑하지 않은 레그룸이었다.
A321 NEO 항공기
에어버스 기종은 내가 좋아하는 기종이기도 했고, 또 A321기는 국내선으로도 많이 이용해본 적이 있는 비행기라 익숙했다.
세부퍼시픽을 상징하는 노란 마스크도 좌석 앞에 준비되어 있었다.
마스크는 기내에서 필수로 착용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비행을 하는 동안 딱히 사용하지는 않았다.


A321은 좌석 배열이 3-3 배열이다.
복도가 1개 있고, 복도 좌우로 3개의 시트가 놓여 있다.
만약 창가에 앉는다면 중간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옆, 옆옆의 승객분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나는 인천에서 마닐라로 이동하는 약 4시간의 시간 동안 화장실을 이용할 것 같지 않아 창가 좌석에 앉았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 느껴질 때 즈음 기절하듯 잠에 빠져 들었다.
보통은 활주로를 텍싱하고 이륙하는 것까지 눈으로 보고 비행기가 하늘에 뜰 때 즈음 잠에 들고는 했었는데 밤이 깊은 시간이라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비행기가 마닐라 공항에 착륙을 하는 시점이었다.
그렇게 비행기에서 기절한듯 숙면을 취하고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마닐라에 도착했다.
여명이 밝아 오는 창 밖으로 천천히 비행기가 게이트에 정박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우리 비행기 옆으로는 일본에서 마닐라로 날아온 ANA기도 정박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의 20년 전,
즐겨 봤던 일본드라마 굿럭(Good Luck)이 생각났다.
드라마에서 ‘기무라 타쿠야’가 부기장으로 몰았던 비행기가 전일본항공(All Nippon Airways, ANA)의 비행기었다.

그렇게 도착한 필리핀 마닐라의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 Ninoy Aquino International Airport’
마닐라 여행을 준비하며 공항 이름을 처음 접했는데, 뭔가 입에 착 달라 붙는 공항이름은 아니다.
아직까지도 ‘마닐라 국제공항’으로만 기억하지,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으로 기억되지 않는 공항이다.
알고 보니 필리핀의 유명한 정치가, 니노이 아키노의 이름을 딴 공항이란다.
그와 얽힌 슬픈 이야기가 있는데,
민주화 운동 지도자였던 그가 미국 망명 생활을 끝내고 필리핀으로 귀국할 때 이 공항에 도착을 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암살 당하면서 공항이 유명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영향으로 그의 이름을 따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이 되었다는 것인데, 그런 슬픈 이야기가 있는 것은 잘 알겠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이름이 어려운 공항이다.
여기 필리핀 사람들이라면 꼭 기억해야 하는 이름일테고,
그래서 필리핀에서 가장 크고 바쁜 공항의 이름으로 당연히 선택을 했을 것이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1층 도착동으로 나왔다.
비행기가 1시간 여 지연 출발했지만 도착하고 입국심사를 하고 나오니 예정했던 시간 보다 크게 늦어지지는 않았다.
보통 공항을 나오면 여기서 바로 시내로 이동을 하는 것을 다음 일정으로 정할텐데
선배와 나는 여기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버스를 타고 마닐라 근교, 앙헬레스(Angeles, 앤젤스)로 이동을 할 예정이었다.
시간이 새벽 6시가 조금 안되는 시간이었고,
공항에서 앙헬레스로 가는 버스는 매 정시에 출발을 했다.
급하게 버스를 타기 보다는, 공항에서 현금도 조금 찾고, 아침도 간단히 먹은 후에 7시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렇게 필리핀에서 사용할 현금을 공항 ATM을 이용해 출금을 했다.
한국에서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준비해 온 덕분에 공항에서 수수료 없이 ATM에서 현금을 찾을 수 있었다.
계좌에서 직접 환전을 하는데도 수수료가 없었고, ATM에서 현금을 찾는데도 정말 수수료가 없었다.
20여년 전, 신용카드가 없던 내가 여행자수표(Traveler’s Check)를 가지고 싱가포르로 첫 해외여행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정말 신세계였다.
내가 경제학을 전공하며 화폐의 가치와 환전에 대한 개념을 이해했던 모든 것이 한번에 초기화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럼 은행들은 도대체 어떤 수익을 얻는 것일까?
은행들이 경쟁하듯 해외여행에 대한 혜택을 내 놓고 있는 것이 나에게 이런 이득으로 다가 오는 것 같다.
아마 은행들은 돈에 대한 가치, 이자로 인한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 소비자를 확보해 가는 방향으로 수익화 방향을 튼게 아닐까.




분명 인천공항에서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에 비행기만 타고 깊은 잠에 빠져든게 전부인데 마닐라에 도착하니 허기가 돌았다.
늘 아침을 챙겨 먹는 나는 배가 고프고 안 고프고를 떠나, 아침이 되었으니 다시 아침을 먹어야 했다.
공항 안에 동남아시아에서 유명한 패스트푸드 체인, 졸리비(Jolibee)가 있어 모닝세트를 먹었다.
맥도날드 맥모닝 같은 메뉴를 주문했는데 맛이 꽤 괜찮았다.
든든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침을 잘 챙겨먹고 힘을 내어 이번 여행을 즐길 준비를 했다.
20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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